17~18일 경기도 파주 민족화해센터에서 진행된 ‘분단 70년의 성찰과 통일 제언 3.1’ 행사에 참석했다. 평화재단(이사장 법륜 스님)이 마련한 이 행사에는 각 부문 학자들과 시민운동가, 언론인 등 약 40명이 참가했다. 학자들만 해도 여성학과 청소년 연구자에서부터 미·일·중 전문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영역에서 모였다. 다양한 시각으로 우리의 현재를 입체적으로 조명하고, 향후 통일 문제에 대한 합리적인 방향을 ‘제언’하자는 취지다.
행사 참석자 대부분은 통일과 관련해 박근혜 정부에 대한 기대를 접었다고 밝혔다. 참석자들은 박근혜 정부를 통일 분야에서 역대 어느 정부보다 ‘예측가능한 정부’라고 평가했다. 모든 정책이 대통령 한사람으로부터 나오는데, 그 바탕은 대북강경정책이다. 이런 1인체제에서는 상황 판단을 잘못할 때가 많고, 전문성도 떨어진다. 그러니 결과는 자명하다.
그러나 필자가 보건대, 박 대통령이 ‘통일’과 관련해 기민하게 움직일 때도 있다. 대부분 남쪽에서의 정치적 상황 돌파와 관련된 때다. 실제로 박 대통령만큼 ‘통일’과 관련해 정치적 이득을 크게 얻은 이도 드물다. 그는 통일대박론이나 8·25 합의 등을 통해 지지율이 수직상승하는 경험을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박 대통령은 북과의 관계개선에는 관심이 없다. 다만 동물적 감각으로 어떤 것이 정치적 이득이 될 것인지 느낄 뿐이다. 앞으로 그가 통일과 관련해 움직인다면, 아마도 내년 총선과 후년 대선에서 활용할 만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반면 참가자들은 동북아의 정치지형이 급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중국이 북한에 지금보다 더욱 강하게 손을 내밀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눈에 띄었다. 김흥규 아주대 교수는 이에 따라 내년에는 “북-중 정상회담 가능성도 늘어날 것”이라며 “북한은 결코 고립되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김 교수는 경제 문제와 관련해 “한-중의 경제관계가 이미 분업에서 경쟁으로 전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통일과 관련해서도 눈여겨봐야 할 지적이다. 이를 다시 필자의 용어로 풀어보면, 이제 북한과 중국 사이에 ‘북-중 경제공동체’가 성립될 가능성이 훨씬 커졌다는 의미다. 북-중 경제공동체는 우리가 지금까지 논의하던 ‘한반도 경제공동체’와 똑같은 구도다. 한반도 경제공동체는 ‘남한이 자본과 기술을 대고, 북한은 노동과 천연자원을 투자해 모두 윈윈한다’는 구도다. 여기에서 남한이 빠지고 중국이 들어가는 것이 ‘북-중 경제공동체’다. 중국과 북한은 앞으로 서로 윈윈하겠지만, 남한은 대륙으로 통하는 길을 얻을 가능성을 상실하면서 경제적 활로마저 잃게 될 것이다. 또 현재 경쟁관계로 전환중인 한-중 경제관계가 앞으로 빠르게 중국 우세로 뒤바뀌는 데 북-중 경제공동체가 촉매가 될 가능성도 높다.
동북아의 시계는 이렇게 빠르게 진행되는데, 박 대통령의 임기는 더없이 느리게만 흘려간다. 앞으로도 그의 임기는 무려 2년이나 남았다. 지금까지의 그의 대북정책으로 판단하자면, 그 2년은 남북관계는 물론이고 남한 경제의 장래 비전까지 철저히 망가뜨릴 수 있는 기간이다.
“다음 정부는 통일과 평화정책을 국가목표로 정하는 정부여야 합니다. 지금까지는 통일 안 해도 사는 데 큰 지장이 없었지만, 앞으로는 통일 없이는 돌파구가 없기 때문입니다. 지금부터 준비해야 합니다.”
평화재단 이사장인 법륜 스님의 마지막 정리 말씀이 무겁게 다가온다.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tree21@hani.co.kr
김보근 한겨레평화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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