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한반도 통일 알아맞히기 게임 / 존 페퍼

등록 2016-01-03 18:50

리엄 니슨은 최근 한반도 통일을 위해 1515달러(약 178만원)를 기부했다. 니슨은 한국전쟁을 주제로 준비 중인 영화에서 더글러스 맥아더 장군 역을 맡는다고 한다. 그는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지지의 표시로 뭔가를 하고 싶어했다. 그는 기부를 하면서 5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모든 사람이 한반도 통일과 관련해 각자의 예측을 갖고 있다. 미래학자 조지 프리드먼은 2030년 안에 통일이 될 것이라고, 이언 브레머 유라시아그룹 대표는 통일이 코앞으로 다가왔을 것이라고 믿는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은 2000년 발간된 <글로벌 서베이>에서 통일이 10~15년 안에 이뤄질 것이라고 예측한 바 있다. 세상에! 중앙정보국의 수정구슬은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한 적이 거의 없다. 중앙정보국은 베를린 장벽의 붕괴나 소련의 해체, ‘아랍의 봄’을 예견하는 데 실패했다. 이 정도니, 리엄 니슨의 예측이 미국의 정상권 점쟁이들보다 더 나쁘다고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하지만 한반도 통일을 알아맞히는 게임이 얼마나 유용할까. 1970년대라면 남북이 언제 통일될지 추측하는 것은 이해되는 측면이 있었다. 남북은 대략 같은 경제적 지위를 보유하고 있었고, 비민주적 체제도 비슷했으며, 둘 다 보수적이고 고립된 사회였다.

지금 남북은 완전히 서로 다른 행성에 살고 있다. 남한이 민주주의적으로 된 반면, 북한은 여전히 독재국가다. 비무장지대 남쪽의 삶은 현대적이고 세계에 개방적인 반면, 북한의 삶은 상대적으로 고립돼 있고 지역주의적이다. 특히 경제 영역에서 남북은 엄청난 격차를 경험하고 있다. 남한의 1인당 국민총소득은 북한의 44배에 이르고, 남한의 무역 규모는 북한의 144배에 이른다.

이런 극명한 정치·경제·사회적 차이가 있는 상황에서 남북이 언제 통일될지에 대한 질문은 대체로 부적절하다. 게다가 지난해 12월 중순 열린 남북 고위급 회담에선 양쪽은 아무것도 합의하지 못했으며, 심지어 다음에 다시 만날 것인지조차도 합의하지 못했다.

단기적으로 가능성 없는 전망임을 고려하면, 통일은 언젠가 마술처럼 발생할 것이라는 한국인 대부분의 추상적인 열망을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적은 그 자체의 속성상 예측을 하기가 불가능하다.

북한의 붕괴와 이에 따른 남한으로의 흡수통일이라는 시나리오도 마찬가지로 부정확한 것임이 입증됐다. 북한 체제는 소련 식의 공산주의 붕괴, 이전 동맹국들과 특혜 무역의 상실, 농업과 공업의 황폐화와 이어진 기근, 반세기 이상 통치했던 아버지와 아들의 사망, 장기간의 제재 속에서도 살아남았다.

북한 전문가인 안드레이 란코프는 북한 붕괴가 예기치 않게 올 것이며, 남한은 이런 만일의 사태를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엔케이뉴스>에 “이런 상황을 묘사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아마도 북한의 이웃 국가들을 재앙 수준의 지진이 일어날 것으로 알려진 커다란 도시와 비교하는 것”이라고 썼다. “그러한 도시가 있다면 책임있는 당국자들은 모든 필요한 준비를 해야 하며, 모든 필요한 계획을 수립해 체계적으로 업데이트해야 한다”는 것이다.

통일이라는 주제는 이처럼 마술적 사고와 재앙 준비 영역이라는 두 극단 사이를 오가고 있다. 그러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이와는 완전히 다른 실용적인 통일 정책을 선택했다. 두 정부는 남북간의 점진적인 화해가 궁극적으로 북한을 남한과 경제적으로 비슷하게 만들고 통일이 실현 가능하도록 할 것이라고 믿었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김정은 체제가 무너질 수도 있다. 그러나 지진과 마찬가지로, 우리가 북한의 붕괴를 재촉하거나 바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이것이 역내 모든 사람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결과는 엄청날 것이다. “언제 남북이 통일될까”라는 질문은 올바른 것이 아니다. 우리는 “언제 남북이 화해할까”라고 물어야 한다.

존 페퍼 미국 외교정책포커스 소장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