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한국 경제 또 하나의 위험 ‘오너 리스크’ / 안재승

등록 2016-01-17 18:52수정 2016-01-17 21:02

새해 벽두부터 세계 경제의 리스크 요인들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중국 증시를 시작으로 세계 주식시장이 휘청이고 있다. 지난 2주 동안 중국 상하이지수(-18%), 미국 다우존스지수(-8.2%), 일본 닛케이지수(-9.7%), 한국 코스피지수(-4.2%) 등 주요 국가들의 주가가 줄줄이 폭락했다. 또 원유 공급 과잉 상태가 지속되면서 국제 유가가 30달러 선이 붕괴됐다. 12년 만에 20달러대로 주저앉으면서 자원 신흥국들의 경제가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

그런데 한국 경제는 여기에 더해 또 하나의 위험이 있다. 바로 재벌들의 ‘오너 리스크’다. 오너 리스크란 재벌 총수 일가의 비리나 일탈로 기업이 위기에 빠지는 것을 말한다. 탈세, 배임, 횡령, 경영권 분쟁, 폭행, 스캔들 등 기업의 통상적인 활동과는 무관한 개인적인 문제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고 기업 경영을 위험에 빠뜨리는 것이다. 이른바 선진국에서도 오너 리스크는 발생한다. 하지만 한국에선 너무 자주 일어난다는 데 그 심각성이 있다.

현재진행형인 것들만 꼽아봐도 여러 건이 된다. 부인과의 이혼 문제를 언론에 공개해 물의를 빚고 있는 최태원 에스케이(SK)그룹 회장, 탈세 혐의로 며칠 전 징역 3년을 선고받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과 법인카드 유용 혐의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그의 아들 조현준 효성 사장, ‘형제의 난’을 계속하고 있는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그의 형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탈세·횡령·배임 혐의로 지난 연말 징역 2년6개월을 선고받고 구속집행정지 상태에 있는 이재현 씨제이(CJ)그룹 회장, 현재 대법원 심리가 진행 중인 ‘땅콩 회항’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등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미 상황이 종료된 사건들까지 따지면 30대 재벌 가운데 오너 리스크를 경험하지 않은 곳이 거의 없는 지경이다.

이렇게 한국에서 오너 리스크가 많은 이유는 무엇보다 총수가 잘못된 결정이나 행동을 하려 할 때 이를 막을 장치가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가 총수의 마음에 드는 인사들로 채워지다 보니 독립성이 없다. 총수의 전횡을 차단하기 위해 영입된 사외이사 역시 제구실을 못 하고 있다. 총수의 측근이라도 직언을 해야 하는데 나서는 이가 없다. 총수가 쓴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을 뿐 아니라 자칫 ‘불경죄’로 쫓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기업 내부뿐 아니라 외부도 마찬가지다. 주주들에게 감시·견제 기능이 거의 없다. 국민연금 같은 기관투자가라도 균형을 잡아줘야 하는데 의결권 행사에 소극적이다. 법원과 검찰의 태도도 문제다. 총수 일가의 불법 행위를 엄정히 다뤄야 하는데 솜방망이 처벌을 하다 보니 법을 알기를 우습게 만든다. 대통령이 범죄를 저지른 재벌 총수에게 사면·복권을 남발하는 것도 이들의 도덕적 해이를 부추긴다.

앞으로 경영권이 3, 4세로 넘어가면 오너 리스크의 위험성이 더 커질 수 있다. 그래도 창업주들은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돼 있었고 2세는 그 옆에서 아버지를 도우며 고락을 함께했다. 하지만 3, 4세들 가운데는 경영 능력을 제대로 쌓지 않은 채 어린 나이에 주요 직책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

안재승 경제 에디터
안재승 경제 에디터
한국 기업들의 주가가 경영 실적에 비해 저평가되는 상황을 ‘코리아 디스카운트’라고 한다. 이전에는 남북한 긴장관계에 따른 지정학적 불안이 주된 요인이었는데, 지금은 오너 리스크가 부각된다. 다른 누구를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과 회사를 위해 스스로 무소불위의 권한을 내려놓고 오너 리스크를 차단할 수 있는 견제의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안재승 경제 에디터 jsahn@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1.

귀족부인 앞에 무릎 꿇은 사법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2.

[사설] ‘저가 논란’ 체코 원전 수주전, ‘원전 르네상스’ 맹신 말아야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3.

[유레카] 홍명보 감독과 스포츠 정치

북한은 남쪽 문을 닫고 살 수 있나 [김연철 칼럼] 4.

북한은 남쪽 문을 닫고 살 수 있나 [김연철 칼럼]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5.

[사설] ‘대통령 독대 요청’ 한동훈 대표, 실질적 성과 끌어내야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