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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동북아의 전쟁과 평화 / 진징이

등록 2016-01-17 19:24

근대사 이후 동북아 질서는 전쟁에 의해 무너지거나 추구되거나 고착됐다. 중국 중심의 동북아 질서는 청일전쟁으로 무너졌다. 일본의 ‘대동아 공영권’ 질서는 청일, 러일, 중일전쟁으로 추구됐다. 전후 동북아 냉전질서는 한국전쟁으로 고착됐다. 이 전쟁들은 모두가 하나의 특징이 있다. 바로 한반도에서 시작됐거나 전개됐다는 것이다.

냉전 종식 뒤 동북아는 새로운 질서 구축기에 들어섰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에는 전쟁이 아닌 평화로 질서를 구축할 것이라고 믿는다. 한국전쟁 뒤 60년 넘게 평화를 누렸기 때문일까. 전쟁은 요원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세계 유일의 정전 지역인 한반도에서 ‘수소탄’이 터지고 B-52 폭격기가 뜨고 이제 B-2 스텔스 폭격기, 핵추진 항공모함, 핵추진 잠수함들이 합동군사훈련으로 한반도 하늘에, 바다에 뜨게 된다. 남북한 군사 분계선에는 다시 확성기 전쟁이 불이 붙었다. 양쪽 모두 전쟁불사를 외친다. 그렇지만 아무도 늑대가 온다는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았다는 이솝 우화처럼 한반도가 다시 전쟁의 연기 속에 휩싸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드물다.

문제는 전쟁이든 평화든 작금의 질서 구축이 여전히 한반도를 둘러싸고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중심에 북한 핵문제가 있다. 6자회담은 동북아 질서를 평화적으로 구축하자는 노력의 결실이었다. 그 결실이 동북아 질서의 미래의 먼 그림을 그린 9·19 공동성명이다. 그렇지만 그 합의는 빛을 보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누군가 평화로 새 질서를 구축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그래서 롤러코스터 같은 전쟁 분위기를 계속 연출하는 것이 아닐까? 평화적인 질서 구축은 상당한 기간의 힘겨루기와 자리매김이 조화를 이루어야 실현된다. 그만큼 어렵다.

거기에 견줘 전쟁에 의한 질서의 붕괴나 구축은 ‘간단’하고 확실하다. 승자에 의해 손쉽게 재편되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냉전이 종식된 뒤에도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고 새 질서를 구축하기 위한 지역 전쟁이 끊이지 않고 있다. 그렇지만 그 전쟁들은 패턴이 바뀌었다. 주권의식과 인권의식이 전례 없이 높아진 때문일까. 이제 평민을 마음대로 폭격하며 전쟁을 치를 수 없다. 전쟁은 장기화하고 전쟁이 끝나도 평화는 보이지 않는다.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리비아, 시리아 전쟁이 그렇다. 전쟁으로 뒤엎은 질서의 공간에는 혼돈이 판을 치고 있다. 그 혼돈이 동북아에서 일어나고 한반도가 작금의 중동이 된다면 어떻게 될까. 역사는 왕왕 여러 갈래 힘의 ‘합력’에 의해 어느 누구도 원치 않는 결과를 낳을 때가 있다.

당장 북한의 4차 핵실험이 블랙홀처럼 신뢰 프로세스, 동북아 평화구상, 통일대박론을 빨아들이고 있다. 한일관계, 한중관계, 남북관계, 북중관계, 중미관계도 함께 빨려들어가는 느낌이다. 동북아 국제 관계에 미치는 북핵의 영향이다.

목표물은 여전히 중국이다. 당장 한국·미국·일본이 공조체제를 이루어 중국을 압박하는 형국이 만들어지고 있다. 다들 중국이 북한의 숨통을 조여줄 것을 강하게 바란다. 원유 공급 중단, 경제교류 중단에, 일각에서는 국경 봉쇄까지 운운된다. 중국이 1334㎞ 변경을 맞댄 북한과 ‘적대국’이 되라는 것이다. 이는 미국과 일본이 바라는 구도가 아닐까?

북한은 핵실험에 상응한 대가를 치러 마땅할 것이다. 하지만 제재와 압력만으로는 북핵 문제를 평화롭게 근원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한미 합동군사훈련과 북핵 동결을 맞바꾸고, 나아가서 평화체제와 북핵 포기를 맞바꿈하는 것과 같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이제 한반도에는 당장 유엔 제재안과 한미 합동군사훈련이라는 태풍과 강풍에 확성기 방송이 겹쳐 또다시 전쟁 분위기가 연출될 수 있다. 자칫 한반도가 다시 전쟁에 의한 질서 구축의 진원이 되는 악몽이 되풀이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진징이 베이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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