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시인
“잘 봐.” 아내가 잠든 아기의 입술을 벌렸다. 위턱 왼쪽 송곳니 하나, 아래턱 전치 두 개가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었다. “이렇게 세 개야.” 9개월 23일 만이었다. 처음 등교한 1학년 꼬마들처럼 하얗고 조그만 머리통들이 두리번거리고 있었다. “보통 아래턱 전치 두 개 다음에 위턱 앞니가 난다던데, 아인이는 송곳니 자리에 먼저 나네. 이거 덧니 아냐?” 아내가 나를 째려보았다. 아내는 치열이 고르고 반듯해서 초식동물의 이 같다. 반면에 내 이는 들쭉날쭉해서 음식물도 끼고 치석도 자주 생긴다. “이거, 아빠 닮은 거 같은데?” 내 이도 아버지를 닮았다. 아버지의 돌출한 앞니는 세월이 지나면서 45도쯤 회전했다. 공부하기 싫어서 몸을 꼬는 학생 같았다. 내게 그런 문제가 안 생긴 것도 어머니의 가지런한 앞니가 아버지의 유산을 반쯤 덜어주어서다. 그래서 아기의 이만큼은 엄마를 닮기를 부모 모두 바랐던 것인데, 좀 곤란하게 되었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이들은 원래 다르다. 앞니는 음식물을 절단하고 송곳니는 찢고 어금니는 움켜잡거나 갈아댄다. 그러면서도 윗니와 아랫니가 딱 들어맞아서(이를 교합이라고 한다), 조화와 상생을 보여준다. 처음 한 반에 모인 아이들처럼. 생긴 것도 하고 싶은 일도 조금씩 다르지만, 이들이 모여 엄청난 일들을 해내겠지. 아이들은 모두 다르다. 그랬구나, 아, 이들은 모두 다르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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