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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의 세계 그리고] 한반도의 냉전, 남중해의 열전에 연동되나

등록 2016-02-24 19:16수정 2016-02-24 19:29

미국과 중국의 대결에서 남중국해가 열전 지대라면, 한반도는 냉전 지대라고 할 수 있다.

남중국해에서는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의 영유권 주장이 겹치는 등 주권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미국이 개입하고 있다. 반면, 한반도에서는 휴전선을 놓고 미국과 중국의 영향권이 엄격하게 분리되어 있다. 무엇보다도 남중국해에서는 최근 미국과 중국이 서로를 향해 군사력을 동원해 시위하고 있지만, 한반도에서는 양국이 서로를 향해 군사력을 직접 겨냥하거나 시위를 벌이지는 않고 있다. 한반도의 긴장과 갈등은 아직 관리 가능한 반면, 남중국해에서는 긴장과 갈등이 분쟁으로 번지는 것을 막을 제어판은 관련국들의 선의에 달려 있는 형편이다.

미국과 중국의 대결이 표면화하는 동아시아에서 현재의 가장 뜨거운 감자는 분명히 남중국해다. 양국에 더 급박한 곳은 남중국해다. 중국에게 남중국해는 자신들의 사활적인 해로를 보호하면서 미국의 포위망을 뚫는 전략·전술적인 요충이다. 미국으로서도 남중국해의 영유권이 중국으로 굳어진다면, 중국 포위망이 뚫리고 태평양 제해권에도 심각한 타격이 될 것임을 잘 알고 있다. 지난해 말부터 미국이 중국이 영유권을 주장하는 도서의 12해리 안으로 전함을 파견해 ‘항해자유작전’을 감행하자, 중국은 남중국해 도서에 지대공 미사일과 레이더망 시설을 배치하고 있다.

특히 중국의 레이더망은 “남중국해의 작전 지형을 현저히 바꿀 수 있다”고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쪽은 평가한다. 지대공 미사일 배치는 중국 대륙과 가깝고 상대적으로 중국의 영유권이 굳어진 시사군도 도서에 설치된 반면, 레이더망 시설은 관련국들의 영유권 주장이 격심하고 중국 대륙에서도 멀리 떨어진 스프래틀리 군도에 설치되고 있다. 더구나 레이더망은 중국이 영유권을 굳히려고 인공 구조물들을 설치하는 환초에 건설되고 있다.

동아시아 방위에서 미국의 전략은 동맹국들의 군사력을 동원하고 일체화시키는 것이다. 특히 막강한 군사력을 가진 일본과 한국의 군사력을 동아시아 전체 방위에서 미 군사력과 일체화시키려고 한다. 미국이 중국과 일본이 영유권을 다투는 동중국해의 센카쿠 열도 문제에서 일본의 손을 들어주고 개입하는 것은 단순히 동맹관계 때문이라고만 볼 수 없다. 일본의 군사력 영향권을 더욱 남쪽으로 연장해 남중국해에도 개입시킬 실마리를 만들려는 의도도 있다.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로 극히 민감해져 있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의 한반도 배치와 관련해 중국이 그렇게 직설적으로 한국을 향해 험한 얘기를 퍼붓는 것은 단순히 한반도에서만의 전력 균형 때문만은 아니다. 사드 배치로 한·미·일의 군사력이 동아시아 전체에서 일체화되어 남중국해로까지 영향을 끼치는 것을 계산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 역시 마찬가지다. 한반도 등 동북아는 남중국해에 비해 미국이 우위를 지니고 있는 곳이다. 미국은 이곳에서의 우위를 동아시아 전체로 확산하려고 한다. 한반도는 남중국해에서의 미·중 열전의 배후지가 되고 있다.

동아시아재단에서 23일 발행한 윌리엄 오버홀트 하버드대 선임연구원의 ‘한국은 미·중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가?’라는 보고서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 낀 한국의 딜레마는 아시아 국가들의 공통점이라고 지적한다. 즉,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 기대는 것이 아시아 국가들의 일반적인 현상이며, 한국은 경제력과 정치체제가 안정되어 있어 다른 국가들보다도 생존력이 좋다고 평가했다.

중국은 언제까지 주변 아시아 국가들이 경제는 자신에게 기대면서 안보에서는 미국을 불러들이는 현실을 용인할 수 있을까? 이런 현상을 시험하는 첫 대상이 한국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닌가?

정의길 선임기자
정의길 선임기자
중국이 1979년 베트남과 전쟁을 한 이후로 아시아 국가들을 향해 가장 험한 말을 하는 대상은 사드 배치 협의 이후 한국이 처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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