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시인
아기 감기가 낫지를 않는다. 급기야 열이 40도를 넘어서 응급실에 갔다. 이제는 병원이 아프게 하는 곳이라는 걸 알아차려서, 청진기를 배에 대거나 귀에 내시경을 넣는 동안 아기는 자지러지게 운다. 엑스레이를 찍느라 누일 때에도, 소변검사를 위해 오줌주머니를 달 때에도 대성통곡이다. “아인아 괜찮아, 이거 아픈 거 아니야.” 엄마가 달래도 믿지 않는 눈치다. 하기는 아기가 자는 도중에 수액을 맞힌다고 바늘을 손등에 찔러대고, 콧물을 뽑는다고 고무관을 콧속에 깊이 넣었으니, 그 말을 어떻게 믿는담. 아기는 지금 세상에 믿을 사람 하나도 없다는 격언을 몸소 깨치는 중이다. “다행히 폐렴이나 요로감염은 아니에요. 인후염으로 목이 붓고 콧물이 심하게 나는 정도예요.” 가슴을 쓸어내리며 생각했다. 지난번 열이 나서 핫(hot)할 때는 원더걸스 흉내를 내더니, 이번에는 포미닛 흉내를 내는구나. 이런 노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핫 이슈! 내 모든 것 하나하나 핫 이슈! 모두 다 테이크 잇 컨트롤(Take it control)! 난 항상 핫 잇(Hot it), 핫 잇, 핫 잇잇잇 이슈!” 너야말로 온몸 곳곳 이슈 아닌 데가 없구나. 자식이 속을 썩이면 이렇게 한탄하지. 대체 넌 뭐가 되려고 이러니. 아인이 장래희망은 듣지 않아도 알겠다. 온몸으로 말하고 있잖아? 걸그룹 일원이 되겠다고.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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