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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김선주 칼럼] 알파고가 승리한다 해도…

등록 2016-03-08 19:21수정 2018-05-11 15:23

내 초미의 관심사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5판 승부다. 흥미롭다. 귀추가 주목된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광야에서 홀로 표표히 사라져가든 말든, 김종인 더민주호가 쳐내버리고 얻어내려는 것이 무엇인지 아직은 알쏭달쏭하든 말든, 비박과 친박 등 온갖 박이 쪽박을 차든 대박을 치든 말든, 그것보다는 말이다.

인공지능과 인간지능의 다섯 판 대결.

오늘부터 시작이다. 첫 대국을 치르고 나면 뭔가 추이가 보일 거라고 한다. 알파고의 한계와 위력을 함께 볼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아직은 이세돌의 손을 들어주고 응원하는 쪽이 많은 것 같지만 모두들 이상하게 불안함을 드러낸다.

바둑은 잘 모르는 분야이긴 하다. 하지만 40년 같이 사는 남자가 좋아해 심심찮게 바둑책을 읽었다. 독보적인 바둑기자 박치문, 현재는 한국기원 부총재의 바둑 관전기를 <삼국지>에 심취하듯 쫄깃쫄깃 재미있게 읽어 웬만한 바둑기사의 이름과 기풍은 줄줄 외울 수 있을뿐더러, 유비 관우 장비 제갈량 조자룡 반열의 캐릭터만큼이나 선연하게 기억한다.

주변의 많은 바둑 찬미자들은 바둑이 절대불가침의 넘사벽(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인 듯 인공지능으론 바둑을 결코 못 이긴다고 수십년 동안 자신만만하게 이야기해왔지만 알파고에 대해선 지금은 아니어도 언젠가는 이길 것이라고 비관적으로 말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천년에 걸쳐 쌓고 쌓아 간직한 인간의 지식을 4주 만에 습득하고, 저장된 정보를 연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생각하는 것처럼 스스로 판단하고 학습하는 기술을 장착한 알파고. 두렵기도 하고 기대되기도 한다. 공상과학영화에서처럼 인간이 만들어낸 기계가 인간이 제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는 것이 필연적이라면…?

알파고가 승리하는 것에 대해 재앙이다 비극이다 말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혁명적인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사회적 난제들을 해결할 가능성을 볼 것이라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아는 것이 많아지고 지식의 습득이 손가락 하나로 편하게 이루어지고 모든 뉴스를 동시에 공유하는 세상이 되었지만 그것이 인간의 문제, 지구적 난제들을 어떻게 효과적으로 타결해가고 전쟁을 피하고 평화를 추구하고 불평등과 증오를 해소하는 지구적·인류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기여했는지는 들은 바 없다.

얼마 전 뉴욕과 서울, 치앙마이 세 곳에 머물던 친구 셋이 보이스톡을 하면서 “아, 좋다”와 “아, 싫다”를 연발한 적이 있다. 급한 일이 있는 것도 아니었는데 감정이란 숙성하고 시간을 갖고 몇 차례 벼려낸 다음에 밖으로 내놓아야 한다는 기존의 상식을 뒤엎는 즉각적인 표출과 반응이 정말 진실에 근거한 것인지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사람 사이에 관념으로서의 섬이 존재하고 실제로 거리라는 공간에 가로막혀 애타고 사무치게 그리워하고 외로움에 절절함을 호소하는 식의 정서는 사라져 버렸다. 구글로 찾아갈 길의 거리와 소요시간을 알아내고 인공위성 사진을 통해 어떤 곳의 날씨와 기온과 하늘과 구름과 비, 햇볕을 체감하며 동시에 상황을 알 수 있는 것이 축복인지 크나큰 상실인지 알 수 없었다. 편리함 대신 잃어버린 그리움이 눈물나게 그리워졌다.

똑같은 기계로 똑같은 사건을 접하고 알파고 같은 인공지능의 지식저장창고를 똑같이 갖고 있으면서도 각기 다른 말을 하는 것이 지금의 세상이다. 마음이 안 담긴 지식으론 단순 사실만을 공유할 뿐 아무것도 이루어낼 수 없다.

김선주 언론인
김선주 언론인
알파고를 만들어 세상에 뿌리고 그것이 돈이 되고 권력이 되고 많은 사람들은 소비하기만 할 뿐 우리가 어느 방향으로 가는지 알 길이 없다. 알파바둑이 승리하고 그래서 알파선거 알파평화 이런 것들이 정교하게 만들어진다면 사람들은 그것을 인정하고 그것에 따라 인류의 난제들을 해결하게 될까. 도리질을 하면서도 당장은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을 한점 한점 눈을 밝히고 들여다볼 뿐이다.

김선주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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