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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약기운이 도는 동안

등록 2016-04-03 19:04수정 2016-04-03 19:42

감기몸살 뒤끝에 두드러기가 찾아왔다. 새벽 한 시쯤 온몸이 가려워서 일어났다. 거울을 보니 입술이 퉁퉁 부은 못난이 오리가 서 있었다. 집에서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을 혼자서 찾아갔다. 병원은 그다지 응급(應急)하지 않았다. 접수한 다음 진료까지 삼십 분, 진료받은 다음 링거 바늘 꽂고 수액을 투여받기까지 삼십 분, 링거 바늘 뽑은 후에 먹는 약 타는 데 삼십 분을 지루하게 기다렸다. 링거를 맞는 동안에도 진료 대기실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서 한 시간을 버텨야 했다. “혹시 침대 없나요?” “없어요.” 날은 추웠고 의자는 불편했고 몸살과 가려움증은 교대로 몸을 찾아왔다. 집에 돌아오니 네 시가 넘어 있었다. 투덜대고 싶었으나 심야에 분주한 간호사들을 보니 그럴 수 없었다. 진료하는 의사가 한 명뿐이라고 했다. 인기 있는 대학병원이니 아주 효율적인 진료시스템을 갖춰놓았을 것이다. 문제는 그 효율이 환자보다는 실적을 위해 작동한다는 데 있었다. 아내가 이곳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받았는데, 오전 11시에 예약하고 와서 저녁 7시까지 기다린 적도 있다. 약 기운이 도는 동안 이런 상상을 했다. 나는 지금 종합병원이라는 큰 몸에 투입된 약제다. 약효가 발휘되면 저 몸은 튼튼해지겠지. 그동안 나는 흔적도 없이 저 몸에 스며들 거야. 그런데 대기실 의자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 이 불편한 몸은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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