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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사설] 박승춘 보훈처장의 향군 선거 중단 ‘쿠데타’

등록 2016-04-14 11:41

국가보훈처가 끝내 재향군인회(향군) 회장 선거를 중단시켰다. 박승춘 보훈처장은 13일 오후 향군 회장 선거 중단 지시를 내렸고, 이를 받아들여 박용옥 향군 회장직무대행은 이날 밤 갑자기 선거 중단 결정 사실을 발표했다. 향군은 이미 전국 13개 시도 후보 합동연설회를 마쳤고, 15일로 예정된 선거를 위해 전국의 대의원들이 전세버스까지 예약해놓은 상태다. 그런데 보훈처는 선거를 불과 이틀 앞두고 선거를 중단시켰다.

박승춘 보훈처장의 이번 조처는 가히 쿠데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대로 선거를 치러서는 보훈처가 미는 육사 출신 후보가 당선되지 않을 것이 확실한 상황에서 아예 선거판을 뒤집어엎어 버린 것이다. 그것도 총선에 악영향을 끼칠 것을 우려해 시기를 엿보다 투표 시간이 끝나자마자 곧바로 선거 중단을 발표하는 얕은꾀를 부렸다. 현행법률상 보훈처는 향군 회원들이 민주적 절차에 따라 진행하는 선거에 개입할 권한이 전혀 없다. 따라서 보훈처의 이번 조처는 법과 민주주의를 완전히 무시하는 초법적인 쿠데타라고 할 수 있다.

보훈처의 지시를 핑계로 선거 중단 결정을 내린 박용옥 향군 회장 직무대행은 그 자신이 이번 회장 선거 출마한 후보다. 선거 진행을 공정하게 관리해야 할 회장 직무대행이 선거에 후보로 나선 것도 상식에 어긋나는 일인데, 후보가 스스로 선거를 중단하는 어이없는 결정을 내렸다. 선거가 그대로 진행되면 그는 전혀 당선 가능성이 없다는 관측이 지배적인 점까지 고려하면 더욱 뻔뻔한 행동이다. 그도 역시 박 보훈처장과 같은 육사 출신이다.

박 보훈처장은 향군 선거 중단 조처가 육사 출신을 회장에 앉히려는 의도라는 비판에 대해 “육사 출신인 조남풍 전 회장에 대해서도 단호한 조처를 취했다”고 강변하지만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거짓말이다. 조 전 회장에 대한 검찰 수사에서부터 해임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은 향군 노조와 대의원 등이 주축이 돼서 진행한 일일뿐 보훈처는 뒷짐을 지고 있거나 조 전 회장을 비호하기 바빴다. 그랬던 보훈처가 지난 선거에 출마한 비육사 출신 후보들의 금품 살포 의혹 이유 하나만으로 선거를 중단하니 누가 봐도 육사 출신 회장 앉히기 작전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다.

보훈처의 의도가 노골적으로 드러난 상황에서는 검찰도 매우 신중한 태도를 보이지 않으면 안 된다. 자칫 어설픈 수사를 했다가는 ‘보훈처와 육사의 하수인’이라는 비아냥을 받기 십상이다. 게다가 이런 사건의 성격상 실체적 진실이 드러나기까지는 구체적 증거를 통한 혐의 입증에서부터 재판에 이르기까지 지루하고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대법원 확정 판결 전까지 유무죄를 정확히 판가름하기 힘든 상황에서 후보자의 자격 박탈을 결정지을 수사를 섣부르게 하는 것은 두고두고 법률적 시비대상이 될 수 있다. 따라서 일단 선거를 치르고 나서 본격적으로 수사를 해서 비리 혐의를 밝혀내는 것이 온당하다. 그 뒤 벌어질 사태는 물론 향군이 오롯이 감당해야 할 몫이다.

이번 제20대 총선에서 드러난 민심은 바로 현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대한 단죄다. 박승춘 보훈처장 같은 사람이 계속 이렇게 설쳐대니 민심이 이 정부로부터 떠나고 총선에서 여당이 참패를 당하는 것이다. 박 보훈처장은 민주주의에 역행하는 쿠데타를 감행한 죄만으로도 마땅히 그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총선 이후 민심 수습의 첫 출발은 오만과 독선에 찌든 정부 관료들부터 경질하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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