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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 노란 슬픔

등록 2016-04-17 19:34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엄마. 나야.>라는 시집이 있다. 단원고 학생 34명의 생일을 맞아, 시인 34명이 대신해서 쓴 생일시 모음집이다. 치유공간 ‘이웃’에서 정혜신, 이명수 두 분이 기획한 치유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제작된 시편들이다. 아이의 시선과 목소리로 남은 가족과 친구들에게 말 건네는 형식으로 적힌 육성시다. 맹골수로의 수심(水心)을 이기고 이승과 저승의 아득한 거리를 건너온 목소리다. 올해 1월에 이 책의 편집자 김민정 시인에게서 전화가 왔다. 한 친구의 생일시를 청탁하는 내용이었다. “이미 책을 출간했잖아?” “세월호에 있었던 아이들이 몇 명인데? 2권, 3권 이어서 계속 출간할 예정이야.” 아이가 짧은 생애 동안 지상에 남긴 선하고 다정한 기록을 찾아 읽으며 참 많이 울었다. 아이를 가슴에 묻고 진상규명을 위해 애쓰는 부모의 사연은 비통했다. 시를 쓰기 시작한 이래 가장 어렵게 시를 썼다. 생일이 지난 뒤 정혜신 선생께서 메일을 보냈다. “부모님도 그랬지만 친구들이 정말 많이 울더라고요. 울고 나서는 또 아이들이 얼마나 홀가분하게 잘 먹고, 많이 떠들다 갔는지 몰라요. 우리가 흘린 눈물이 비통한 눈물이 아니라 맑은 슬픔, 투명한 그리움 같은 눈물이어서 그랬을 거라 생각해요.” 주말 동안 전국을 뒤덮은 노란 리본은 우리를 묶는 맑고 투명한 슬픔이었구나. 우리는 아무것도 잊지 않았다. 더 간절해졌을 뿐이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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