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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반전 없는 문재인’, 다음 기회가 있을까 / 신승근

등록 2016-04-24 21:20

‘2017년 대선에선 문재인에게 다시 기회가 올까?’

4·13 총선 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질문을 했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전 대표의 머리도 지끈거릴 게다. 총선에서 살아 온 그의 측근들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대통령이 되고자 열심히 한다. 후보 경선에도 당연히 나간다. 그런데 솔직히 예전보다는 더 어렵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하지만 호남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더민주 대선후보라면 의미가 없다. 그만둬야 할 수도 있다.” 누구도 문 전 대표의 미래를 자신하지 못한다.

그에게 지난 대선은 되레 쉬웠을 수 있다. 2012년, 대선 레이스가 한창일 때였다. 당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가까운 인사는 이렇게 털어놓곤 했다. “정치를 않겠다는 양반을 억지로 자전거엔 태웠는데, 페달을 신나게 밟지 않는다. 여전히 정치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한다. 걱정이다.” 그런데 모두가 아는 대로 안철수 후보는 그와의 단일화로 떠밀렸고, 비록 패했지만 야권 지지자는 문 후보에게 1469만2632표(48.02%)를 몰아줬다.

이번엔 다르다. 이유야 어쨌든 호남은 문 전 대표를 일단 내쳤다. 제3당의 성곽을 쌓고, 호남 지지라는 실탄을 갖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라는 맞수도 있다. 안 대표 스스로 몰락하지 않는 한 내년 대선은 기본 3자 구도다. 현재 유력 주자가 보이지 않는 여권은 더 창조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필승 후보를 찾을 것이다. 더민주도 마찬가지다. 또 문재인이라는 보장은 없다. 박원순 서울시장, 안희정 충남지사, 김부겸 당선자, 눈 돌릴 대안은 많다. ‘확장력’을 증명한 안철수 대표의 대선 경쟁력에 솔깃할 수도 있다.

살아있는 생물인 정치의 시간으로 보면 대선까지 남은 20개월은 먼 미래다. “고향인 피케이(PK·부산경남) 지지도 못 받는다는 게 호남이 문재인을 버린 ‘대선필패론’의 핵심인데, 총선에서 영남 득표력을 증명했다. 호남도 돌아설 것이다.” 문 전 대표 측근의 얘기도 전혀 터무니없는 희망은 아니다.

‘문제는 문재인’이다. 2012년 대선 때 그는 나름 ‘정치 신상품’이었다. 그가 쌓아온 정직성과 신뢰, 대통령 비서실장을 지냈지만 누리는 권력과는 거리가 먼 모습…. 그런 진정성들이 모여 그를 야권 주자로 세웠다.

하지만 이제 그 이미지는 퇴색했다. 그는 ‘대권 재수생’이다. 대선 패배 이후 야권의 위기 국면에서 다시 불려나왔지만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는 평가도 있다. 여전히 정치력을 의심받는다. 그가 이미 ‘진정성의 정치’를 저버리고 ‘욕망’이라는 이름의 대권 열차에 올라탔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총선 막판에 호남을 찾아 대선불출마·정계은퇴 배수진을 친 건 나름의 진정성이다. 하지만 수용자의 시선은 차갑다. 호남은 국민의당을 선택했고, 문 전 대표의 대국민 호감도는 총선 과정에서 더 나빠졌다. <한국일보>와 한국리서치 조사(4월15~16일)에서 그의 이미지가 좋아졌다는 응답은 16.1%였고, 나빠졌다는 답변은 35.7%였다. 전 세대, 전 지역에서 ‘비호감도’가 훨씬 높았다.

신승근 라이프 에디터
신승근 라이프 에디터
그럼에도 문 전 대표는 총선 결과를 두고 “호남 민심이 저를 버린 것인지는 더 겸허하게 노력하면서 기다리겠다”고 했다. 정계은퇴를 다그치려는 게 아니다. 그의 태도에서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고 ‘감동’도 없다는 얘기다. 당당하게 물러서 다시 부름을 기다리는 대신 김대중 전 대통령의 아들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과 하의도 김 전 대통령 생가를,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았다. 김종인 당 대표 추대 논란에도 공공연히 개입한다. ‘문재인의 진정성’이 이제 정치공학과 욕망에 밀리는 건 아닐까.

신승근 라이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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