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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손가락 이야기

등록 2016-05-08 19:14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다니엘서>에 나오는 얘기다. 바벨론 왕 벨사살이 귀인들을 모아놓고 술을 마시고 있었다. 갑자기 맞은편 벽에 손가락이 나타나서 “메네 메네 데겔 우바르신”이란 글을 썼다. 왕이 놀라고 무서워하며 뜻을 물었는데 주변에 아는 이가 없었다. 다니엘이 뜻을 풀었다. 메네(Mene)란 ‘수를 세었다’란 뜻이고, 데겔(Tekel)이란 ‘무게를 달다’란 뜻이며, 우바르신의 우(U)는 접두사로서 ‘그리고’이고, 바르신(pharsin)은 ‘나누다’라는 뜻이다. 모아서 읽으면 “세고 또 세었고, 무게를 달아보았으며, 그리고 나누었다”란 문장이 된다. 하느님이 왕의 나라의 기한을 헤아려보았고, 왕을 저울에 달아보았더니 부족했으며, 그래서 나라를 메대와 페르시아에 나누어 준다는 뜻이었다. 예언대로 나라가 멸망했다. 이번 총선 결과를 접하고 뜬금없이 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벽에 출현한 저 손가락을 선거 현황표를 작성하는 민중의 손가락이라고 말하면 어떨까? 투표용지에는 원안에 점 복(卜) 자가 새겨진 도장을 찍게 되어 있다. 현재 권력을 세고 무게를 달고 다른 이에게 옮기는 예언적인 행위가 투표다. 민주주의는 총의를 수로 결정하고, 표의 무게에 따라 인물과 정당을 선택하며, 그 결과로 권력을 나누고 옮긴다. 그동안 투명인간 취급을 받던 민중이 얼핏 제 모습을 드러냈던 셈이다. 저 손가락은 실로 무섭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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