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웅 시인
이사를 했더니 버려야 할 게 끝도 없이 나온다. 책은 늘고 집은 줄었으니 불필요한 것들은 무조건 내놓아야 한다. 유행 지난 옷, 더는 읽지 않는 책, 고장난 온수매트와 진공청소기에서 손잡이 나간 바구니, 때가 낀 인형들, 포스트잇 붙여두는 나무판까지… 버리자, 웬만하면 다 버리자. 무소유가 이상은 아니지만 무용한 것들이 집주인 행세를 하게 두어서는 안 된다. “이것도 버릴까?” 아내가 가리킨 것은 6인용 교자상이었다. “똑같은 거 두 개잖아? 하나밖에 쓸 일이 없는데, 어때?” 신혼 때에는 집들이를 제법 했다. 가족들, 친구들이 여럿 다녀갔으며, 스승님과 제자들을 초대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난번 이사를 한 이후로는 그런 기억이 없다. 이미 다녀간 사람을 다시 부를 일도 없거니와, 전셋집에서 무슨… 이런 생각이 슬그머니 들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는 손님이 와도 상 하나면 충분했다. “베란다를 가로막는 저 큰 덩치 가운데 하나를 치우면 공간이 많이 생길 거야.” 고개를 끄덕이다가 문득 쓸쓸해졌다. 이제는 사람을 여럿 초대할 일이 우리 집에서 없어지겠구나. 음식을 준비하는 정성이, 음식을 나누는 다정함이 더는 없겠구나. “둘 다 멀쩡해서 뭘 버려야 할지 모르겠네.” 이런 대답으로 만류했지만 속으로는 이랬다. 언젠가 보고 싶은 이들을 실컷 볼 수 있도록 식탁은 놓아두자. 식탁만큼은.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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