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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권혁웅의 오목렌즈]날마다 슬픔

등록 2016-06-05 19:27

권혁웅 시인
권혁웅 시인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 슬픔이 많아졌다. “이제는 어린이집에 들어가기만 해도 아기가 목을 꼭 감고 울기 시작해.” 아기는 혼자 남게 될 것을 아는 것이다. 등 뒤에서 슬픔(“여기는 너무 외로워요”), 원망(“어떻게 날 혼자 둘 수 있어요?”), 애원(“제발 나를 두고 가지 말아요”)이 섞인 소리로 우는 아기를 두고 나올 때에는 엄마도 할머니도 신파극의 주인공이 된다고 한다. 이제는 주 5일제로 슬픔이 우리를 찾아오기 시작했다. 오늘은 일요일, 새벽 다섯 시 반이면 깨는 아기가 두 시간을 더 잤다. “어제가 토요일이어서 어린이집 안 가고 할머니랑 엄마랑 하루 종일 놀았거든. 평일에는 밤에도 자주 깨고 울더니 세상에 저렇게나 좋은가봐.” 슬픔과 원망과 애원을 잊고 아기는 금세 행복을 되찾았다. 아기가 잘못하면 부모는 화를 내고, 그다음에는 자신들이 잘못을 저지른 아기를 용서해주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용서받는 이는 부모다. 아기는 버려지고 내쳐질 위험 앞에서, 돌변한 부모 앞에서 필사적으로 부모를 용서한다. 부모는 짐짓 화를 내지만 아기는 진심으로 용서한다. 그러고는 저렇게 환하게 웃는 것이다. “다시 만나면 아기가 얼마나 기뻐하는지 몰라.” 날마다 슬픔, 그다음에는 날마다 기쁨. 아기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집에 재회의 기쁨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권혁웅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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