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건 이미 침몰한 배가 아니다. 목숨이다. 싱크홀처럼 깊게 파인 상처다. 가늠할 길 없는 고통이고 슬픔이다. 그제 맹골수도 바닷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2년 2개월 만에 가쁜 숨을 몰아쉬듯 조금 움직였다. 본격 인양을 위한 뱃머리 들어올리기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791일 전 4월16일에 우리는 세월호가 기울어진 채 물속에 잠겨 있는 모습을 되풀이해서 볼 수밖에 없었다. 배 안에 있던 304명의 생생한 목숨들이 바닷속으로 수장되는 광경을 손발이 꽁꽁 묶인 사람들처럼 그저 목도했다. 최소 수백만명이 심장이 바늘에 찔리는 듯한 그 고통을 텔레비전 생중계를 통해 공유했다. 2년이 넘었는데 지금도 세월호의 기울어진 선체가 떠올라 괴로운 사람들이 많다. 구체적인 신체적 통증도 있다. 죽을 때까지 잊히지 않을지도 모른다. 단지 참사 현장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그렇다. 명백한 트라우마다. 세월호 참사로 희생된 유가족들이야 더 말할 게 없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에 이르면 입을 열어 설명하는 일조차 허망하고 무참하다.
세월호 선체는 2년 동안 바닷속에 잠겨 있던 터라 어떤 상태일지 예상하기 어렵다 한다. 그러니 아직도 세월호 선체 안에 있을 거라 믿고 있는 미수습자 9명의 상태를 상상하는 일은, 무섭고 고통스럽다. 미수습자 9명의 가족은 지난 2년 줄기차게 인양을 주장했다. 혹시 목숨이 붙어 있을까 봐 그런 게 아니라는 건 삼척동자도 안다. 어차피 영혼만 남은 상태라면 육신이 어디 있거나 상관없을 거라는 위로 같지 않은 위로는 어리석다. 아이를 물에서 건져 올려 흙을 이불처럼 덮어주는 것으로 마지막 이별을 하고 싶다는 엄마의 소원을 이해 못할 이유는 하나도 없다. 들어주지 않을 이유는 더 없다. 적어도 문명사회라면.
세월호 선체를 인양해 역사의 교훈으로 삼을 수 있다는 발상은 두 번째다. 미수습자 9명의 목숨을 찾아 가족들에게 되돌려주는 일, 그게 첫 번째 이유다. 그날 목숨들이 수장되는 현장을 함께 목도한 시민들의 고통과 상처를 그나마 치유할 수 있는 출발점도 세월호 선체다.
정신과적으로 질환으로 분류되는 진단명은 100개가 넘는다. 그 병의 원인은 대개가 심리 내적 요인이다. 병의 원인이 기질이나 성격, 콤플렉스, 이전에 받았던 상처 등 개인의 심리적 특성이라는 말이다. 그중에서 트라우마만 명백한 외부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심리적 장애다. 그래서 트라우마 심리치유의 첫 단계는 외부 요인에 대한 분명한 정리다. 트라우마 치유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중요한 건 그 때문이다. 그게 안 되면 어떤 치유적 행위도 반쪽짜리다. 그렇게 외부 요인이 정리돼야, 부당하지만 이미 나의 내부로 들어와 있어서 떠안을 수밖에 없는 상처의 치유가 시작된다. 세월호 인양은 그 외부적 요인을 명확하게 정리하는 첫 번째 작업이다. 배를 끌어올린다고 미수습자들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우리가 참사의 목격자로서 받은 트라우마가 대번에 사라지지도 않는다. 하지만 치유의 실마리는 생겨난다.
그런 관점에서 세월호 선체는 이미 배가 아니다. 누군가의 목숨이며 상처이며 고통이며 눈물이며 새로 돋는 살이다. 참사 초창기 진도에 있던 주부 자원봉사자들이 그랬다. 세월호 안에 있는 아이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바닷물을 몽땅 마셔버릴 수도 있는 사람들이 엄마다. 바다에 들어가 세월호에 밧줄이라도 매서 끌어올리고 싶은 심정이다. 그로부터 2년이 지났다. 그때의 간절한 마음으로 우리 편에 힘 보태는 줄다리기 하듯 세월호 뱃머리가 들어 올려지는 작업을 지켜보고 있다. 우리의 목숨이 천천히 들어 올려지는 광경을 기도하듯 바라보고 있다. 함께 지켜봐 주시라. 꼭.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이명수 ‘치유공간 이웃’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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