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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코리아 프로세스’로 가자 / 이부영

등록 2016-06-16 17:50수정 2016-06-16 20:36

2000년 6월15일 남북 정상이 52년 만에 만나 평화통일을 만들어가자고 했을 때 남북 동포들과 세계인이 함께 기뻐했다. 이산가족 상봉, 금강산 관광, <겨레말큰사전> 편찬 작업 등 남북 사회에 훈훈한 기운이 감돌았다.

16년이 지난 오늘, 전쟁 직전의 살벌한 한반도를 다시 본다. 이명박·박근혜 정권에서 남북관계는 두절됐고, 북핵을 협상으로 해결하기 위한 6자회담도 8년째 열리지 않고 있다. 제재와 압박이 이어졌지만 무너진다던 북한은 안 무너지고 핵의 능력과 수량만 늘어나고 있다. 이젠 절박하다.

새해 벽두 북한은 4차 핵실험을 감행하고 장거리 로켓을 발사했다. 5월 초 제7차 노동당대회에서는 핵-경제 병진정책을 국가 노선으로 선포했다. 이에 맞서 한국과 미국은 세계 최강 최첨단 무기들을 동원해, 어느 해보다 대규모로 군사훈련을 폈다. 북핵을 빌미로 미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드’의 한국 배치를 강행하고 있다. 이에 반대하는 중국과 러시아도 유엔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안에 참여했다.

초강경 자세로 밀어붙이는 쪽은 한국 정부다. 외교·안보·무역 등 각 분야에서 대북 제재와 압박을 최고 수준으로 전개하고 있다. 대통령이 “지금 같은 길을 가면 북한은 자멸뿐”이라고 공개적으로 말할 정도로, 이참에 북한을 무너뜨리자는 기세다. 그러나 ‘나 홀로 강경노선’에 빠지는 모양새다. 미국과 중국은 우리의 어깨 너머로 전략적 대화를 나누고 있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협정의 동시협상을 제안했고, 미국은 조건만 맞으면 협상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6자회담 재개 필요성도 제기된다.

지난 5월 말 제주국제포럼에서 필자는 한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고 남북의 공존·번영과 동아시아 평화로 나아가기 위한, 한국 주도의 ‘코리아 프로세스’를 제안했다. 단기적으로는 △남북대화 복원 △개성공단 재가동과 금강산 관광 재개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서신교환 재개·확대 △6·15, 10·4 남북공동선언 합의사항 이행 △이미 합의한 남북 철도와 도로 연결사업의 신속한 이행 등을, 중장기적으로는 △서울과 평양에 남북대표부 설치 △미국과 일본의 대북관계 정상화 적극 찬성 △북핵 폐기 및 평화협정과 연계한 한미동맹의 재조정 △북한-러시아 당국과 시베리아철도(TSR) 및 한반도 종단철도(TKR) 연결사업 논의 △중국-러시아의 합작 산둥 가스파이프라인의 한국 연결 논의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코리아 프로세스의 기회는 세 차례 있었다. 1991년 한국은 러시아·중국과 수교한 뒤 북한과 함께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그러나 미국과 일본은 북한과 수교하지 않았고, 북한은 핵무장으로 질주했다. 2005년 6자회담에서 미국과 북한은 ‘9·19 공동선언’에 합의했다.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 계획을 포기하고 핵확산금지조약(NPT)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복귀하는 것과 함께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는 것이 뼈대였다. 한국이 5개국을 설득해 이끌어낸 합의였으나, 합의 다음날 미국이 마카오 방코델타아시아은행의 북한 예금계좌를 동결하면서 곧바로 파기됐다. 세번째 경우가 6·15 남북공동선언이었다. 앞의 두 경우가 국제적 논의였다면 이것은 남북간의 합의였다.

세 차례 사례는 한반도 비핵화를 통해 한반도 평화체제로 가는 길이 불가능한 것이 아님을 보여준다. 6·15선언이 보여주듯 남북의 평화공존과 번영을 위해 한국이 능동적으로 역할하는 것이 코리아 프로세스다. 그렇지 않고서 외교·안보에서도 경제에서도 이 험한 동아시아에서 남북이 함께 살아남을 수 있을까 걱정이다. 남북의 고통에 남들은 관심이 없다. 우선 남북이 대화부터 열어야 한다.

이부영 몽양여운형선생기념사업회 회장·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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