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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언론이 외면한 사소한 일상 / 심영섭

등록 2016-09-22 18:24수정 2016-09-22 20:58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자기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사람들이 그들을 외면한 세상을 떠나고 있다. 일터를 빼앗겼거나, 보호받지 못한 사람들이다. 언론이 기억하지 않는 비극은 ‘사소한 일상’으로 남는다. 언제부턴가 언론은 경제적 손실, 시장의 실패에 대한 책임을 경영진이 아닌 노동자에게 묻고 있다. 광고주이자 고객인 그들이 노동자보다 가깝게 느껴지기 때문일 것이다.

2015년 3월16일, 충남 아산의 한 아파트에서 세살 난 아이의 엄마가 창밖으로 몸을 던졌다. 해고된 고속열차(케이티엑스·KTX) 승무원이었다. ‘단군 이래 최대 국책사업’이라는 케이티엑스에 2년 뒤에는 공무원 신분의 정규직 전환을 약속받고 비정규직으로 입사했었다. 이들은 ‘철도의 꽃’인 양 홍보에 써먹고 내쳐졌다. 승무원들의 지난한 싸움은 1, 2심 소송에서 고용조건을 위반한 회사가 패소하면서 끝나는 듯했다. 그러나 지난 2월26일 대법원은 이들이 한국철도공사에 ‘직접 고용되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심 결정을 파기 환송하였다. 자기 삶을 송두리째 부정당한 전직 승무원에게 세상은 잔혹했다. 언론은 이 비극 앞에 눈감고 귀를 닫았다.

2016년 5월28일 지하철 구의역에서 보수작업을 하던 열아홉살 청년이 달려오는 열차에 치여 숨졌다. 9월3일에는 지하철 성수역과 용답역을 잇는 장안철교 보강 공사를 하던 20대 노동자가 추락했다. 9월13일 경북 김천의 고속열차 구간에서 한밤에 철길을 고치던 두 사람이 참사를 당했다. 구의역에서 사고를 당한 김군의 가방에 들어 있던 아직 뜯지도 못한 컵라면을 보고 울컥한 것이 엊그제 같다. 그러나 사고는 반복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9월8일 국회 앞에서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업체가 바뀔 때마다 집단해고, 구조조정이란 이름으로 수천명이 해고되고 있으며 대한민국 전역이 비상사태”라고 절규했다. 언론은 여전히 침묵하고 있다.

2007년 악기 제조업체인 콜트콜텍악기는 경영난을 이유로 노동자를 대거 해고했다. 언론은 콜트콜텍악기 해고사태에 대해 임금 인상은 물론 복지 문제와 인사권 등 각종 협상 문제를 내놓고 생산활동 중단, 폭력시위 등으로 경영자를 압박하고 경영위기를 불러와 공장을 폐쇄했다고 보도했다. 모든 책임을 노동자에게 미뤘다. 그러나 사실관계가 틀렸다. 콜트콜텍악기는 경영진이 비용 절감을 목적으로 생산시설을 해외로 이전하면서 파업이 시작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왜곡보도를 근거로 당시 여당 대표는 콜트콜텍악기가 ‘강경노조 때문에 회사가 문을 닫아버렸다’고 어처구니없는 주장을 했다. 뒤늦게나마 법원의 강제조정 결정에 따라 그는 “부당해고를 당하고 거리에서 수많은 시간을 고통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노동자에게 큰 상처를 준 점에 대해 사과”했다. 왜곡보도를 한 언론은 여전히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인간의 노동은 사회적 관계를 통해서만 가치를 평가받는다. 관계가 뒤틀리고 왜곡되었다면 본질을 바로잡아야 한다. 언론은 뒤틀린 사회적 관계를 비판하고, 왜곡의 본질을 밝혀줄 주체이다. 그러나 언론은 노동과 관련한 이야기라면 약자의 목소리보다는 강자의 목소리에 더 귀 기울인다. 언론이 비극에 눈감고 잊고 사는 세상은 비참할 수밖에 없다. 더 이상 노동으로부터 소외된 이들을 사소하게 만들지 말아야 한다. 다음 차례는 언론일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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