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후쿠이현 쓰루가시에 ‘몬주’란 이름의 원자로가 있다. ‘지혜의 완성’을 상징하는 문수보살의 문수에서 이름을 땄다. 실험용 원자로와 상용 원자로의 중간 단계인 원형로다.
우라늄235를 연료로 쓰는 일반 원자로와 달리, 몬주는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추출한 플루토늄239와 우라늄을 혼합한 연료(MOX)를 쓴다. 이 원자로에선 핵분열 때 나오는 ‘고속 중성자’가 우라늄238에 달라붙어 플루토늄239로 바뀐다. 그래서 ‘고속 증식로’라고 한다. 우라늄238은 자연계 우라늄의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핵분열을 하지 않는다. 이를 플루토늄으로 바꿔 핵연료로 쓸 수 있다면 핵연료 문제가 완전 해결된다 해서, 몬주는 ‘꿈의 원자로’라 불렸다.
몬주는 1994년 4월5일 첫 임계에 이르렀는데, 이듬해 12월8일 냉각재로 쓰는 액체 나트륨 누출 사고가 났다. 액체 나트륨은 공기나 물과 접촉하면 폭발한다. 14년여 만인 2010년 5월6일 운전을 재개했으나 8월26일 원자로 안의 핵심 부품이 낙하하는 사고가 나 다시 운전을 멈췄다. 최근 일본 정부는 한해 유지비로만 2천억원가량이 드는 몬주를 결국 폐로하는 쪽으로 방향을 정했다. 핵폭탄 100개 분량의 플루토늄을 내장한 이 원자로의 기술적 한계를 인정한 것이다.
몬주 건설과 유지엔 지금까지 12조원가량이 들었다. 폐로에 또 얼마가 들지 모른다. 몬주와 함께 일본 핵연료 정책의 다른 한 축인 재처리공장도 1993년부터 아오모리현 롯카쇼무라에 짓고 있는데, 기술적 문제로 완공이 계속 늦춰지고 있다. 2011년까지 건설비로만 애초 계획의 3배인 24조원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와 고속 증식로 개발에 욕심을 내고 있다. 미국이 어디까지 길을 열어줄지, 기술적으로 성공할지는 알 수 없지만, 일본 사례를 보면 천문학적 규모의 돈이 들 것임은 너무도 분명하다.
정남구 논설위원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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