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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친절한 챗봇씨 / 정재민

등록 2016-09-29 18:17수정 2016-09-29 22:00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공상과학 영화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던 로봇이 우리의 일상 속으로 들어왔다. 로봇이 땅을 파고, 상품을 배달하고, 음식을 서빙하고, 청소도 해준다. 육체적 활동만이 아니다. 고도의 지식과 감성이 필요한 영역에도 로봇이 진입했다. 법률정보와 승소 확률을 알려주는 로봇 변호사가 미국 대형 법률사무소에 취직했다. 의학서적과 학술논문으로 무장한 로봇 의사는 국내 병원에서도 만날 수 있다. 로봇 작곡자, 연주자, 소설가, 화가까지 등장했다. 필자는 최근 로봇과 기자가 쓴 기사를 비교하는 연구를 했다. 실험에 참여한 일반인과 기자들은 기사를 누가 썼는지 맞히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로봇기사가 오히려 더 잘 읽히고 명확하고 신뢰할 만하다는 평가를 내렸다. 로봇이 기사를 작성하고, 추천하고, 배열한다. 기자가 쓴 기사를 던져주면 근사한 제목도 뽑아낸다. 로봇은 저널리즘의 세계까지 침입했다.

로봇의 진화와 더불어 메신저 앱의 확산에 주목하게 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의 통계에 따르면 글로벌 4대 메신저의 월 이용자 수가 페이스북을 포함한 4대 소셜네트워크를 넘어섰다. 사람들은 포털로 모였고, 소셜네트워크로 모였고, 이제 메신저로 모여 최대 플랫폼을 만들었다. 큰 장터가 생기면 온갖 상품과 서비스 거래로 북적이게 마련이다. 메신저에서 대화하고,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게임하고, 결제까지 한다. 뉴스 사업자들도 메신저에 올라탔다. 묻고 답하는 대화형 뉴스를 도입했다. 지인 한 사람이 “사드란 무엇인가”라는 메신저 대화형 기사를 읽고 속이 후련해졌다고 한다. 질문의 답을 읽다 보면 물어보고 싶은 걸 알아서 다음 질문으로 던지고 또 답을 해나가서 사드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됐다는 것이다. 기자가 직접 메신저 대화형으로 기사를 만든 것이다. 하지만 독자들의 모든 궁금증에 대해 기자가 일일이 답해주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대목에서 ‘챗봇’이 등장한다. 채팅과 로봇에서 한 글자씩 따와서 챗봇이라 부른다. <시엔엔>과 <워싱턴 포스트> 챗봇은 페이스북 메신저를, 경제잡지 <포브스> 챗봇은 텔레그램 메신저를 통해 그날의 주요 뉴스를 보내주고 대화를 이어간다. 영국의 <더 선>은 챗봇으로 축구 뉴스만을 전달하고 질문에 답도 한다. 이용자들은 뉴스에 대한 궁금증을 대화로 해결한다. 도널드 트럼프가 만든 챗봇 ‘드럼프봇’도 있다. 챗봇 창에 질문을 하면 트럼프 로봇이 답해준다. “한국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물으면 “우리는 2만5천명의 군인을 파견했는데 그들은 우리에게 왜 돈을 지불하지 않나”라고 답한다.

알랭 드 보통은 <뉴스의 시대>라는 책에서 우리가 뉴스를 보는 이유는 두려움과 호기심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우리는 답답하고 불안하고 궁금해서 시도 때도 없이 뉴스를 확인하는 것인지 모른다. 우리가 알고 싶은 사안에 대해 누군가 똑 부러지고 친절하게 답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아직은 음성인식 인공지능 시리처럼 뉴스 챗봇도 엉뚱한 대답을 하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챗봇 테이는 공개되자마자 욕설과 인종차별 발언으로 운영이 중단되기도 했다. 그럼에도 챗봇은 빠른 속도로 진화할 것이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누르면서 로봇의 기계학습이 얼마나 빠르게 진행되는지 목격했다. 챗봇은 인간과의 대화를 지속적으로 분석해가며 뉴스의 정확도를 높일 것이다. 똑똑하고 친절한 챗봇씨가 나만의 뉴스 해설사로 동행할 시대가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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