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민호
<옥천신문> 제작국장
그는 왜 남녘땅에서 서울 아스팔트까지 와서 차가운 물대포를 맞았을까? 그가 지키고자 했던 쌀은, 목놓아 외쳤던 농업 이슈들은 다 어디로 사라졌을까?
지난해 11월14일 전국농민대회에서 물대포를 맞아 쓰러진 지 317일 동안 혼수상태로 있다가 9월25일 선종한 그의 죽음을 놓고 ‘병사’니 ‘외인사’니 말도 안 되는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텔레비전 화면의 물대포를 보고서도 공공의료기관에서 ‘병사’를 말하는 이 아연실색한 상황은 가슴 아픈 현실이다. 말 꺼내기조차 죄스러운 ‘부검’과 진실을 밝히자는 ‘특검’ 사이에 수많은 뉴스들이 생산되고 있고, 미르-케이(K)스포츠 재단 비선실세 의혹,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 단식 소동 등 귀에 다 주워 담기 힘든 뉴스들이 머리를 어지럽히고 있다.
그럼에도 그의 죽음을 기억해야 한다면 그가 일흔의 나이에 왜 멀리 보성에서 서울까지 와서 시위를 하고 물대포를 맞았는가에 대해 상기할 필요가 있다. 수많은 뉴스의 소용돌이 속에서 정작 우리가 오랫동안 놓치고 있는 그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외면한다면 우리는 또 제2의, 제3의 백남기 농민의 죽음을 서울 아스팔트에서 목도하는 일이 반복될 것이다.
알고 있다. 그것이 별 흥미롭지 않은 지역 농촌의 문제이고 매년 연례행사쯤으로 ‘징징거리는 농민들, 어렵다는 하소연’ 한번 들어주는 식으로 뉴스가 소비된다는 것을. 그날의 투쟁 구호를 생생하게 아직도 기억하고 있다. ‘밥쌀 수입 저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반대, 쌀 및 농산물 적정가격 보장’ 등 이런 구호들은 당위성에 비해 안타깝게도 삶으로 스며들지 못하고 있다. 이것은 이 나라 권력과 언론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도시와 농촌, 서울과 지역으로 구분되어 ‘두 도시 이야기’로 이미 서로 다른 삶이 펼쳐진 지 오래된 이 나라에서 이제 더 이상 ‘농’이라는 단어는 통역이 필요한 언어인지 모르겠다.
대통령이 약속했던 쌀 한가마(80㎏)당 21만원으로 공약해놓고 지키지 않은 그 현실, 외려 밥쌀까지 수입하려 했던 이 정부에 대해 1년 전 격렬했던 농민들의 그 외침은 우리 기억 속에 과연 남아 있는가?
가습기 살균제의 트라우마가 이제 치약까지 옮겨붙고 있다. 유전자조작식품(GMO)이 그다음 순서가 될 거라고 지식인들이 말하고 있다. 그럼에도 농촌진흥청은 지엠오 벼를 시험 재배하려 한다. 2011년부터 올해 6월까지 수입한 지엠오 농산물 중 99.9%에 이르는 물량을 씨제이(CJ)제일제당, 대상, 사조, 해표, 삼양사, 인그리디언코리아사가 수입했다. 그들이 만든 식료품은 우리의 동네 마트에 지금도 진열되어 있다. 백남기 농민이 선종한 그다음날 엠비시(MBC) 뉴스는 ‘삼겹살 먹고 30㎏ 감량, 지방은 억울하다’는 꼭지로 고지방 저탄수화물 식단을 건강식인 것처럼 비중 있게 보도했다. 이 뉴스는 건강과 먹을거리와 농업이 따로 놀고 있다는 것, 농민이 공익적 가치를 말하다가 공권력에 의해 죽어도 그것이 ‘다이어트 식단’의 뉴스 가치보다 밀리는 이 괴물 같은 세상에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지방이 소멸된다 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밝힌 자료를 보면, 올해 7월 기준으로 30년 뒤 84곳의 기초지자체가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고 조사됐다. 대부분 인구가 적은 열악한 농촌이다. 하지만 어떤 위기의식도 없이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이 분위기가 참담하다. 농촌이 사라지면 농업도 농민도, 그리고 우리의 먹을거리와 건강도 다 함께 무너진다. 백남기 농민의 삶이 온전히 말해온 쌀과 밀, 우리 농업에 대한 외침은 지금 어디에도 쉽게 찾아볼 수 없다. 죽음의 이유를 온전히 밝히기 위해서는 특검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가 평안하게 눈을 감을 수 있도록 특검 이후의 농촌, 농업, 농민의 문제에 대한 고민은 온전히 살아남은 자의 몫으로 남겨졌다. 다시 한번 묻는다. 그가 왜 죽었는가? 그가 그토록 목놓아 외쳤던 그 문제는 해결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