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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트럼프 이후 공화당의 4가지 시나리오

등록 2016-10-18 09:58수정 2016-10-18 10:05

정의길

11월8일 미국 대선 이후 공화당에는 트럼프주의의 당 접수, ‘정제된 트럼프주의’라는 개혁적 보수주의 노선, 당 주류의 복귀, 교착 상태라는 4가지 시나리오가 있다. 그 어떤 경우의 노선과 개혁이라도 트럼프 지지층 앞에서 도돌이표처럼 원점으로 돌아갈 것이다.

오는 11월8일 미국 대통령 선거는 누가 당선되느냐보다는 그 이후 공화당이 어떻게 되느냐가 더 관심거리다.

트럼프의 등장은 공화당이 엘리트 주류와 기층 유권자가 심각하게 괴리됐음을 보여주는 현상이다. 고령과 저학력의 보수적인 백인 중하류층들은 그동안 공화당을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그러나 자유무역 등 자유로운 기업활동, 감세 등 작은 정부, 해외 군사개입 등 간섭적 국제주의, 낙태 및 동성애 반대 등 사회적 보수주의라는 공화당의 노선에 그들은 반기를 들었다. 그들은 트럼프의 자유무역 반대, 이민 반대, 해외 군사개입 반대 등에 열광했다.

트럼프 지지층은 일시적인 현상이며, 트럼프가 사라지면 흡수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공화당 역사를 연구한 헤더 콕스 리처드슨 보스턴대 교수는 “트럼프의 인종주의적, 국수주의적 지지자들은 해체되고 시끄러울 정도가 될 것이다. 공화당은 아이젠하워나 시어도어 루스벨트 때처럼 더 진보적인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다”고 진단한다. 공화당 전략가 프랭크 런츠는 “공화당은 60년대 배리 골드워터 재앙을 극복하고 리처드 닉슨이 압승했고, 닉슨의 워터게이트를 극복하고 로널드 레이건의 공화당 부활로 이어졌다”며 공화당이 트럼프 현상으로 보수주의를 재무장시켜 부활시킬 것이라고 단언했다.

이런 낙관적 전망보다는 4가지 시나리오가 당장은 현실적이다.

먼저, 트럼프가 대선에 승리한다면, 트럼프주의는 공화당을 접수할 가능성이 있다.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그동안 공화당을 이끌어왔던 기존 엘리트 주류들과 전통적 중도 우파 유권자층이 공화당에 남아야 할 이유가 없다.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내가 마지막 공화당 출신 대통령이 될 것 같다”, 그의 아버지 부시 전 대통령이 “공화당의 종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에서 잘 드러난다.

현재로서는 가능성이 큰 트럼프 낙선 이후의 공화당 역시 오리무중이다. ‘정제된 트럼프주의’의 공화당 가능성이 있다. 개혁적 보수주의를 주창하는 <뉴욕 타임스> 칼럼니스트 로스 다우샛은 “트럼프주의는 개혁적 보수주의의 쌍둥이 악마”라며 현재의 공화당 보수주의에 대해 불만이 잘못된 길로 샌 결과라는 거다. 따라서 공화당이 트럼프주의의 인종주의와 성차별주의는 제거하되, 중하류층에 대한 호소력은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공화당이 지금까지 표방하는 교조적 시장주의를 폐기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정제된 트럼프주의라는 개혁적 보수주의의 성과가 당장 나타나지 않을 것이 분명한데, 트럼프를 지지한 사람들의 분노가 이걸로 달래질까? 개혁적 보수주의는 이도 저도 아닌 물타기가 될 수 있다. 기존 공화당의 큰손과 이념적 보수주의자들을 끌어들이기에는 너무 포퓰리즘적이고, 트럼프 지지층들을 격동시키기에는 너무 “정치적으로 올바른 척하기”가 될 수 있다. 트럼프는 가도 트럼프주의 후보는 당분간 당내에서 계속 출현할 것이다. 이런 개혁적 보수주의 후보가 그들을 이기기는 무망해 보인다.

세번째 가능성은 당 기성 주류들의 전면적 복귀와 당 장악이다. 트럼프주의와 그 지지층으로는 결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당 주류들이 자신들의 노선을 다시 관철하는 거다. 이는 지난 대선에서 패배 뒤 전국위가 내놓은, 미국 인구 구성 변화에 발맞추는 당 개혁 노선의 부활로 이어질 것이다. 여성과 소수민족, 특히 중남미계에 대한 접근을 강화하고, 동성애 등에 대한 입장 완화로 젊은층을 달래자는 것이다.

공화당 주류들이 구상하는 개혁노선은 한마디로 그동안 당의 핵심 노선 중 사회적 보수주의만을 완화하자는 거다. 문제는 트럼프 지지층과 공화당 주류의 유일한 공통분모가 사회적 보수주의라는 점이다. 사회적 보수주의마저 완화한다면, 트럼프 지지층은 더욱 반발할 것이다. 공화당은 이민법 개정에 합의했다가, 트럼프 부상에 결정적 동력을 제공한 데서 잘 드러난다.

이도 저도 아니고 당이 교착 상태에 빠질 가능성도 있다. 당 주류와 트럼프 지지층의 내전이 지속되는 가운데, 티파티,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 등이 각개약진하는 상황이다.

한 가지 확실한 게 있다. 그 어떤 경우도 공화당의 새로운 노선과 개혁은 트럼프 지지층 앞에서 도돌이표처럼 원점으로 수없이 돌아간다는 거다.

국제뉴스팀 선임기자 Eg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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