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신문의 위기를 경영과 저널리즘의 위기라고 말한다. 위기극복을 위해 신문사마다 다양한 해법을 찾고 있다. 우리와 비슷하게 위기를 맞이한 다른 나라를 들여다봐도 원인에 대한 인식은 비슷했다. 그러나 해법을 찾는 과정이 너무도 달랐다. 독일의 주간신문 <디 차이트>는 독자 분석부터 시작했다. <디 차이트>는 독자를 아침에 배달되는 종이신문을 선호하는 50대 이상, 종이신문보다는 전자신문이나 온라인에서 기사를 즐겨 읽는 18~35살 사이, 정보를 소비하지만 신문은 읽지 않는 13~25살의 청(소)년, 그리고 갓 가정을 꾸려서 자기 주택을 마련하고 아이를 낳은 35~50살 바쁜 세대로 나누었다. 바쁜 세대는 대출금 갚느라 종이신문이든 전자신문이든 지금 당장 구독할 여유는 없지만, 언젠가 돌아올 세대로 봤다. 이 신문은 분석 자료를 기초로 종이신문 독자에게는 기자들이 심층 분석과 풍부한 해설로 풀어나간 기획기사를 개발자들이 만든 화려한 도표와 그래픽, 사진을 곁들여 제공했다. 온라인 독자에게는 같은 기사더라도 간결한 문장을 선호했다. 여기에 가상현실이나 인공지능, 데이터 분석과 같은 새로운 취재 기술을 활용하여 디지털을 덧입혔다. 청(소)년 독자에게는 젊은 기자들을 채용하여 그들의 말투와 일상에 가장 가까운 문법으로 정보를 제공했다. 뉴스룸은 다양한 독자의 정보욕구를 충족시키는 중추 역할을 담당한다. 신문사는 첨단공장으로 바뀌고 있다. 이 공장에 근무하는 숙련공과 개발자에게는 공통점이 있었다. 단순노동을 통해 얻은 경험에 의존하기보다는 깊이 있는 분석을 위해 다양한 첨단기술을 생산에 활용한다. 이미 곳곳에서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들어진 정보를 가지고 로봇이 단순정보를 양산하고 있고, 독자는 누군가가 사회적 관계망에 올린 정보로도 주요 사건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의 현실로 돌아오면 부정청탁금지법 시행으로 말라죽을 지경이라는 신음소리부터 들린다. 신문 기업은 종이신문과 온라인에서 판매와 광고로 수익을 얻지 못한 지 오래다. 그러나 신문 기업은 독자를 찾아 나서기보다는 기업과 공공기관의 협찬과 홍보성 기사라는 손쉬운 수익원을 선택했다. 심지어 급여마저 협찬에 연동시켜버렸다. 이들에게 부정청탁금지법은 불편할 수밖에 없다. 물론 혁신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신문사들은 유행처럼 ‘데이터저널리즘’이나 ‘로봇저널리즘’ 같은 새로운 전략을 도입했다. 데이터 분석 기술은 기사의 품질을 향상시켜주고 기사 쓰는 로봇은 기자들의 단순정보 생산의 부담을 덜어주는 효율적인 도구다. 여기에 드론이나 360도 촬영 카메라와 같이 디지털 장비를 활용하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현실은 조금 다르게 돌아간다. 기사 쓰는 로봇은 기자 감원의 도구로 이용되고, 데이터 분석은 비용 문제로 더디게 활용된다. 한때 유행한 종이신문과 온라인의 통합 뉴스룸은 혁신보다는 취재 인력의 노동 강도만 가중시켰다. 신문을 읽는 독자는 연령대와 계층별로 빠르게 파편화하고 있다. 독자는 단순정보를 포털과 사회적 관계망에서 손쉽게 얻을 수 있고, 때로는 전문가도 직접 만날 수 있다. 이러한 환경에서 신문사가 선택할 수 있는 혁신은 첨단기술을 단순 수공업의 대체수단이 아닌 보완도구로 활용하는 것이다. 불행히도 우리에게 디지털 기술은 감원과 노동 강도를 강화시키는 수단으로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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