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55 대 7. 트럼프와 클린턴이 대선 티브이(TV)토론에서 새빨간 거짓말을 한 횟수. <워싱턴 포스트>의 분석이다. 이번 미국 대선에서 주요 언론의 머리기사는 두 후보의 발언을 검증하는 팩트체킹이었다. 후보자 말의 진위를 검증하고 점수도 매겼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에게 피노키오 3.5점, 클린턴에게 피노키오 2.3점을 주었다. 트럼프가 사실이 아닌 이야기를 더 많이 해서 코가 더 길게 나왔다. 미국 대선에서 팩트체킹은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미국에서 정치인 발언의 진실 검증 필요성은 1988년 대통령 선거 때부터 대두되었다. 당시 공화당 후보였던 부시의 네거티브 정치광고가 논쟁의 중심이었다. 선거는 부시의 승리로 끝났지만 네거티브 캠페인의 진실을 오도한 언론은 대중으로부터 집중포화를 맞았다. 1992년 대선 때 <시엔엔>(CNN)은 정치광고를 검증하는 ‘애드워치’와 정치 발언을 검증하는 ‘팩트체크’를 내놓았다. 1996년과 2000년 대선 때는 정치인의 말 바꾸기 검증을 시작했다. 2004년에는 펜실베이니아 대학 공공정책연구소에서 체계적인 검증 시스템을 도입했다. 2008년 대선을 앞두고 플로리다주의 지역신문인 <세인트 피터즈버그 타임스>(현 <탬파베이 타임스>)가 ‘폴리티팩트’를 개설했다. 폴리티팩트는 2008년 대선 팩트체킹으로 2009년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12년 대선 때는 워싱턴 포스트가 ‘팩트체커’ 칼럼을 정기적으로 게재하면서 팩트체킹을 상시화했다. 이번 2016년에는 언론사들이 대거 참여해 티브이토론 때 실시간으로 팩트체킹을 해냈다. 토론 후 전문을 게재하고 사실 확인이 필요한 부분에는 주석을 달아 판정했다. 구글도 2주 전에 뉴스기사가 사실 검증을 제대로 했는지 독자들이 알 수 있도록 팩트체크 기능을 추가한다고 발표했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후보자들이 대선 토론에서 뿜어내는 거짓말에 구글도 독자들처럼 신물이 난 것 같다고 보도했다. 아마존 인공지능 음성인식 기기인 에코에도 정치인 발언의 진위를 가려주는 팩트체크 기능이 도입됐다. 팩트체킹, 사실 여부를 가리자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확인 안 된 말들 내뱉고, 말 바꾸고, 언론은 거르지도 않고 받아쓴다.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일파만파 퍼져나간다. 그래서 미국 언론의 팩트체킹은 대선 때만이 아니라 24시간 연중무휴로 돌아간다. 2017년, 우리도 대통령 선거를 치른다. 좋은 대통령을 뽑기 위해서는 우리에게도 후보자들의 발언을 검증할 수 있는 팩트체킹이 필요하다. 문제는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다. 시스템 구축이 절실하고 전문가들이 필요하다. 대학이나 연구기관도 좋고, 언론사와 학계 파트너십, 언론사 연합체 모델도 가능하다. 다양한 팩트체킹의 연구와 실험을 통해 경험을 축적해가야 한다. 국내에서 팩트체킹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연구해온 오택섭 고려대 명예교수는 “팩트체킹은 탐사 저널리즘의 꽃”이라고 했다. 자고 나면 복마전 같은 희한한 일들이 생겨난다. 팩트체킹은 사실 여부만 확인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의 퍼즐을 맞추는 작업이다. 누가 나서랴. 언론의 존재 이유는 진실을 밝히고 알리는 것이다. 요 며칠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어이없는 일들을 보면 팩트체킹은 다음 대선 때까지 기다릴 일이 아니다.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