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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1백만이야? 26만이야? / 정재민

등록 2016-11-24 18:17수정 2016-11-24 21:16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전국에서 대통령 하야를 촉구하는 촛불집회가 연일 이어지고 있다. 주말마다 광화문 광장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열린다. 집회 때마다 참여인원 수를 놓고 말이 많다. 주최 측 집계 60만명, 경찰 측 집계 16만명. 이번에는 주최 측 1백만명, 경찰 측 26만명. 번번이 많은 차이가 난다. 한쪽은 부풀리고 한쪽은 축소하는 것일까. 언론은 두 가지 숫자를 같이 제시한다. 국민들에게 중간값 정도로 알아서 해석하라는 것인가?

일단 양측 간에 참여인원을 계산하는 방식이 다르다. 주최 측은 당일 현장에 오고 간 사람 수를, 경찰 측은 특정 시간 특정 장소에 모여있는 사람 수를 참여인원으로 규정한다. 게임이나 방송이라면 경찰 측은 특정 시간 접속자 수나 시청자 수인 셈이고, 주최 측은 총 누적 접속자 수나 누적 시청자 수다. 해수욕장에 백만 인파가 몰렸다고 할 때도 마찬가지다. 하루 동안 해수욕장에 오고 간 사람 수와 특정 시간에 인파는 다르다. 경찰 측 방식으로는 3.3제곱미터(1평)에 들어가는 사람 수를 전체 모래사장 면적으로 곱한다. 물론 바닷물에 들어가 있거나 숙소나 식당에 들어가 있는 사람은 계산에 빠질 수 있다. 광화문에서도 마찬가지다. 인근 골목에 있거나 식당, 찻집에 들어가 있는 사람도 있기 때문이다. 밀집해 있으면 동일한 면적에도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갈 수도 있다. 주최 측은 참가 단위별로 시간대별로 보고받은 인원을 취합한다. 현장에 왔다가 일찍 들어간 사람도 포함된다. 그러니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모래사장이든 집회현장이든 죽치고 앉아서 한 사람씩 번호표를 붙여가며 세어볼까? 시도해보고는 싶지만 생각만 해도 어지럽다. 보다 과학적인 분석이 요구된다. 서울시는 지하철 이용객 수로 광화문 집회 참여인원을 추정했다. 집회 당일 광화문 인근 지하철역에서 내린 승객 수와 작년 11월 토요일 평균 승객 수를 비교하고, 지하철이 교통수단 가운데 차지하는 비율, 집회 아닐 때 광화문 유입 인구 등을 변수로 계산했다. 한 데이터 분석 업체는 와이파이나 블루투스 같은 휴대폰 무선신호를 분석해서 광화문에 다녀간 사람 수를 집계해냈다. 오프라인 매장에서 방문객을 분석하는 기법으로 매장 내에 휴대폰 무선신호를 감지할 수 있는 센서를 설치해 방문객, 체류시간, 재방문객, 매장 밖 유동인구를 확인하는 방식이다. 국내 과학자들도 다양한 방식을 동원했다. 입자물리 실험에 쓰는 소프트웨어로 집회 사진 속 촛불 수를 세거나, 유체역학으로 군중의 이동속도를 고려해 유동인구까지 포함시켜 추정하기도 했다. 어떤 계산 방식으로든 경찰 측 추정치보다는 훨씬 많다.

굳이 어느 방식이 더 정확한가를 따지려는 것은 아니다. 백만이 아니라 26만이라고 해도 좋다. 26만이라도 해도 그게 어디 적은 수인가. 왜 그 많은 사람들이 주말마다 나와 촛불을 들 수밖에 없는지가 중요하다. 참가인원 수를 보다 과학적으로 밝혀보자는 이유는 전국 곳곳에서 촛불을 들고 있는 사람들의 뜻이 폄하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이번 주말에는 3백만명이 거리로 나올 것이라 한다. 참가인원이 정확하게 몇 명일지는 알 수 없다. 언론사는 또 양측의 집계 결과를 발표할 것이고 많은 차이가 날 것이다. 그러나 촛불을 든 사람들의 뜻은 온전히 보도되리라 믿는다. 중요한 것은 촛불의 수가 아니라 촛불의 의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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