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주의상담가/춘해보건대 교수 직무 수행을 제대로 못한 대통령과 그 주변 인물들에 대한 비판을 하기 위해 국민들이 매주 모이고 있다. 민주주의의 원조인 아테네에서는 시민들이 아고라광장에서 토론을 했다는데, 우리는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하고 있다. 직접민주주의가 아니어서 토론하고 의결하지는 못하지만, 광장에서 남녀노소 시민들이 자유롭고 평화롭게 발언하는 멋진 경험을 하고 있다. 유감스러운 부분은 대통령이 여성이라는 이유로 대통령의 부적절한 행동에 대한 비판이 여성에 대한 비난과 욕설로 번지기도 한다는 점이다. 여성이라는 사실은 현 대통령의 한 특성일 뿐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대통령에게 투표한 다수의 유권자들이 여성이라는 특성보다는 거대 정당의 후보라는 특성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후손이라는 특성 때문에 투표했다는 점이다. 그런데 대통령을 비판할 때 당선의 핵심 이유도 아닌 것을 부각하는 것은 논리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바로 세우고자 하는 민주주의에도 해로운 행위이다. 민주주의는 성별 등 인적사항에 상관없이 모든 국민이 평등한 권리를 갖는 사회를 지향하기 때문이다. 심리학 분야 중에는 여성심리학이 있고, 올해는 한국여성심리학회가 창립된 지 20주년이 되는 해이다. 최초의 여성심리학자는 놀랍게도 남성인 정신분석학자 프로이트이다. 20세기 초반에 그는 해부학적 차이가 여성 심리와 남성 심리를 다르게 형성하게 한다고 주장했다. 다르다고 했을 뿐만 아니라 여성을 남성 성기인 음경이 ‘결핍된 존재’로 정의하고, 결핍에 의해서 수치심 등의 심리가 형성된다고 하였다. 보부아르의 표현을 빌려 오자면 심리에서도 여성을 ‘제2의 성’이라는 프레임에 가두려고 한 셈이다. 1960년대에 시작된 현대여성운동과 여성학은 ‘제2의 성’이라는 지위를 바꾸려는 노력을 해왔고, 현대여성심리학에서도 여성 심리가 형성되는 원인과 과정을 연구하며 같은 노력을 해왔다. 1970년대에 여성심리학자 밀러와 초도로는 가부장제 사회에서 여성이 오랫동안 종속집단으로 살아온 조건과 어머니 혼자 자녀양육을 책임지는 양육방식이라는 조건이 여성으로 하여금 주체적인 인간이 되기 어렵게 한다고 분석했다. 그래서 그들은 가부장제 해체와 부모의 공동양육을 해결 방안으로 제시했다. 그런데 우리 사회의 여러 가지 변화들이 디딤돌이 되어서인지, 2016년 광화문광장에 주체로서 당당한 발언을 하는 청소녀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대통령을 조목조목 비판하기도 하고, 스스로 대통령이 되고 싶다는 야망을 말하기도 한다. 참으로 대견한 모습이고 우리나라 민주주의의 미래에 희망을 가지게 하는 모습이다. 이런 청소녀들 앞에서 대통령 비난을 핑계 삼아 여성이라면 누구나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표현을 사용하고, 청소녀들에게 성희롱의 말을 던져서 그들을 좌절시키는 일이 민주주의의 광장에 허용되어서는 안 된다. 청와대의 여성도 광화문의 여성도 여성이다. 그들을 여성이라는 집단으로 분류하여 이야기해야 할 맥락도 있고, 여성임을 개인의 부분적 특성으로 이야기해야 할 맥락도 있다. 광화문광장에서 우리가 비판하려고 하는 것은 여성이라는 집단이 아니다. 전두환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비리로 심판할 때 남성 집단을 비판한 것이 아니듯이 말이다. ‘여성’이라는 프레임 등을 맥락에 맞지 않게 사용하는 것은 반민주적 언행임을 깨달을 때 진정한 민주주의가 실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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