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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유레카] 사심

등록 2016-11-30 19:04수정 2016-11-30 20:27

사심, 즉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그릇된 마음’을 단 한번도 품은 적이 없었다고 누군가 말한다면 아무도 믿지 않을 터이다. 일말의 욕심도 없이 사는 사람이 어디 있겠나. 법 제도와 사회질서로 사심을 통제해온 게 인류 역사이다.

특정 직업군의 사심은 특히 위험하다. 공직자나 정치인들이 그렇다. 공익을 위해 사심없이 일하는 게 그들의 기본적 덕목이다. 하지만 권력을 거머쥔 사람들 중에 그 덕목을 모르는 이가 더러 있다. 물론 공인이더라도 모든 사익 추구를 비난할 수는 없다. 공직과 정치를 성인들에게만 맡길 수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들이 추구하는 사익이 언제든 공익과 충돌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명백한 충돌이 발생할 경우에는 형사범죄로 다스리는 게 마땅하다.

특정 권력자의 사심을 당연하게 여기고 합법화 한 때도 있었다. 왕권시대에 그랬다. 조선조 10대 연산군이 남긴 유명한 말이 있다. “이 땅의 들꽃 하나도 다 내것이다. ” 연산군이 말한 들꽃은 여인을 뜻한다. 여인 뿐 아니라 모든 땅, 사람, 재물은 모두 왕의 소유였다. 다만 어디까지나 그 때의 법리가 그랬을 뿐이다. 역사적 현실은 왕의 생각과 달랐다. 연산군은 백성의 공분을 사 쫓겨났다. 공과 사를 구분하지 못한 채 사심으로 가득찬 절대권력자는 반드시 심판을 받았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9일 청와대에서 발표한 대국민 담화에서 스스로 사심없이 살아왔다고 강변했다. 단호하게 “단 한 순간도 저의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고 작은 사심도 품지 않고 살아왔다”라고 말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국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공적 권력을 사유화 한 데서 비롯된 헌법질서 유린과 국정농단 사건이다. 박 대통령의 머리와 마음 속에서는 아직도 공과 사가 구분되지 않는 듯하다. 왕조시대의 인식에 머물러 있는 탓인가.

박순빈 연구기획조정실장 겸 논설위원 sbpark@hani.co.kr

[관련 영상] 한겨레TV | 더 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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