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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미디어 전망대] 우리가 알고 싶은 건 진실이다 / 심영섭

등록 2016-12-15 18:18수정 2016-12-15 21:04

심영섭
언론인권센터 정책위원

세금으로 약물을 과다 복용한 대통령은 흐트러진 모습을 보이지 않기 위해 머리 올리는 데만 90분을 썼단다. 결국 국회에서 탄핵받은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에서 법리검토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의 1차 조사가 끝나고 특검이 활동을 시작했다. 청문회에 불려나온 증인들은 하나같이 국민바보였다. 기억이 없거나 자발적 결정장애 상태였다. ‘꼿꼿장수’는 훈련소를 갓 나온 이등병보다 못했다. 50년 넘게 국가를 위해 헌신했다는 한 ‘공안검사’와 그의 하수인은 미꾸라지 같았고, 허세는 보기 민망할 정도다. 언론은 다시 집단최면에 걸리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숨겨진 과거를 캐내고, 한심한 증인들의 사생활에 점점 빠져들고 있다. 가히 술 권하는 사회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자 했던 것이 고작 이러한 추문이었을까? 기억력 상실이나 허세는 선거로 심판하면 된다. 약물중독자는 입원치료를 받아야 하고, 범법자는 절차에 따라 죗값을 치러야 한다. 그러나 여전히 동거차도 앞바다에 침몰해 있는 세월호에는 미수습자로 불리는 국민 9명이 갇혀 있다. 아직도 돌아오지 못한 단원고등학교 양승진·고창석 선생님, 남현철·박영인·조은화·허다윤 학생, 그리고 제주로 이사 가던 이영숙씨와 권재근씨, 아들 혁규가 있다. 그들이 탄 세월호가 왜 그날 밤 안개가 자욱한 인천항에서 철근 410톤을 싣고 홀로 무리한 출항을 했어야 했는가? 진도 앞바다까지 술 취한 취객처럼 운항했음에도 해경은 왜 눈감고 있었는가? 왜 최덕하군의 신고에도 불구하고 뒤늦게 출동한 해경은 ‘가만히 있으라’는 안내방송만 남기고 도주한 선장과 일부 승무원만 몰래 구조하고 감춰줬는가? 계획 없는 해경의 구조 활동을 그나마 바로잡으려는 해군을 막아선 자는 누구인가? 통영호는 왜 투입되지 못했는가? 세월호 유가족을 종북좌파로 몰며 고립시키기 위한 공작은 누구의 작품인가? 세월호특조위를 출범부터 무력화시키기 위해 계획을 세운 해양수산부 과장의 호기는 누구의 지시인가? 아니 구조에 실패한 해경 간부들은 어떻게 책임을 모면하고 승진할 수 있었는가? 상하이샐비지는 세월호를 인양할 능력이 있는가? 언제 미수습자 9명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는가? 아직도 묻고 싶은 이야기는 너무도 많다. 여전히 풀리지 않은 의문투성이다.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포르노그래피에나 나올 만한 약물과 주사도 아니고, 이완영 의원이 그렇게 알고 싶어 하는 최순실의 내연관계도 아니다. 국민이 알고 싶은 것은 그래서 세월호 침몰의 원인과 사건의 맥락이 무엇인가이다. 그래야만 가까운 미래에 또 다른 세월호가 침몰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가는 위임받은 공권력을 동원하여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 경찰과 검찰, 군은 시민을 위한 공복(公僕)이다. 그들이 지금 하나둘 국민 곁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보수언론과 종편은 포르노그래피만 양산하고 있다. ‘11월 시민혁명’은 말한다, “바보야, 우리가 알고 싶은 것은 추문이 아니라 진실이다”라고. 아직도 깨닫지 못했다면 광장에서 ‘언론100적’ 청문회를 할 수밖에.

기자가 될 것인가 ‘기레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정치포르노그래피의 색마(色魔)가 될 것인가? 그 선택은 오롯이 언론인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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