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대 정치행정언론대학원장 몇몇 신문이 매체의 성향과 조응하는 정치인과 정당의 분발을 촉구하는 칼럼들을 매일 쓰지만 이들이 주문하는 ‘반문’ 정치세력 간 연합은 유권자의 주요 관심사로 전이되지 않는다. 방송과 인터넷언론은 속보성에 집착해 특검 수사 상황과 헌재의 입장 그리고 대선 후보 지지율 보도에 집중한다. 탄핵심판 결론 뒤 본격적인 대통령 후보 검증이 이루어지면 그나마 제대로 된 선거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기간은 60일뿐이다. 뉴스에 의존해 선거 정보를 얻는 현실에서 지나치게 짧은 기간은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한다. 부적절한 선거보도 관행 때문이다. 첫째, 언론은 선거를 게임으로 간주한다(경마 저널리즘). 현행 선거법상 선거일 일주일 전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수 있어(제108조) 후보자 자질이나 정책 검증이 아닌 지지율과 판세분석에 더 높은 뉴스 가치를 부여할 게 뻔하다. 둘째, 언론이 권력 취재원의 말과 행동을 좇으므로 유권자의 관점에서 후보자를 평가한 뉴스가 생산될 가능성 또한 낮다(출입처 저널리즘). 셋째, 언론은 정치적 갈등에 주목하고 기계적 균형보도를 통해 공정성을 실천한다(따옴표 저널리즘). 제목에서 인용부호를 통해 대립하는 관점을 병렬 배치하는 사례가 대표적인데, 이러한 관행은 뉴스 생산 영역에서 선거전략가들의 개입을 허용해 언론의 환경감시 기능을 훼손한다. 가짜 뉴스처럼 제3자의 검증을 받지 않은 메시지들이 일방적으로 확산되는 환경에서는 왜곡되지 않은 선거 정보에 노출될 기회를 최대한 제공하는 게 필요하다. 필자는 텔레비전 토론이 이에 가장 적합한 형식이라고 주장한다. 근거는 다음과 같다. 첫째, 2015년 현재 유권자의 94.1%가 텔레비전을 이용하고 86.8%가 텔레비전 뉴스를 볼 만큼 텔레비전은 가장 많은 한국인이 이용하는 정치 뉴스원이다(<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둘째, 제3자가 메시지를 왜곡해 여론에 영향을 주는 부작용을 최소화한다. 가령, 종이신문이 칼럼과 사설을 통해 편견을 분명히 드러내지만 녹취록이 함께 보도되므로 토론회 관련 뉴스를 접한 이들이 신문의 편향된 해석의 영향을 받을 가능성은 줄어든다. 그런데 기존의 토론회는 오히려 토론을 방해한다. 진행 방식을 바꿔야 한다. 먼저, 당선 가능성이 높은 후보만을 초청하는 게 옳다. 2012년 대선 당시 박근혜와 문재인 두 후보만을 대상으로 토론회를 진행했다면 상대적으로 높은 수준의 자질 검증이 이루어졌을 게 확실하다. 토론 주제 선정 방식도 바꿔야 한다. 정치·외교·통일·안보(1차), 경제·과학(2차), 사회교육·문화·여성(3차)처럼 광범위한 영역에 걸친 수많은 의제 대신 주제선정위원회가 국가의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핵심 이슈(예: 트럼프 체제 출범에 따른 국제정세 변화가 한국의 안보 및 경제에 미치는 영향)를 선별해 여러 차례 개최해야 한다. 2012년까지의 대통령선거에서 일주일 간격으로 세 차례의 토론회를 연 전례가 있어 60일 동안 여덟 차례 실시도 가능하다. 무엇보다 1분 동안 질문하고 2분 안에 답변하는 형식을 버려야 한다. 사회자가 아닌 후보자가 직접 토론회를 진행하면서 상대 후보와 격론을 벌이는 게 더 도움이 된다. 토론회는 유권자를 정치인과 언론에 의해 관리되는 수동적 존재가 아닌 적극적 관찰자로 변모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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