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번영과 자유를 확산시키고, 평화와 이해를 증진시키고, 빈곤에서 구제하고, 과학발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 테러리즘을 종식시키고,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전염병을 예방해야 한다.” 대통령 취임연설이나 신년 국정연설인 줄 알았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주 발표한 ‘글로벌 공동체 건설’ 선언문이다. 이러한 과제를 해결하기 위해 페이스북이 사회적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가짜뉴스와의 전쟁, 그리고 맞춤형 정보에 갇혀 제한된 세상만 바라보게 하는 필터버블을 깨뜨리겠다는 선언이 눈길을 끈다. 지난해 미국 대선에서 페이스북은 가짜뉴스 확산의 무대였다. “프란시스 교황, 가톨릭 교인들은 힐러리에게 투표하지 마라”, “로버트 드니로가 트럼프 지지로 선회하면서 할리우드가 요동친다”, “오바마 케냐 탄생 확인… 트럼프가 옳았다” 모두 가짜뉴스들이다. 하지만 페이스북에서 수십 수백만 명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공유했다. ‘관련성’이 최우선인 페이스북 알고리즘은 나와 다른 정치적 견해의 포스팅은 삭제해버리기도 한다. 알고리즘이 만들어낸 거품 안에 갇혀서 그 안에서만 바라보고 생각하게 된다는 비판도 있다. 페이스북에 대한 논란과 잡음이 커졌다. 페이스북에서 체류하는 시간이 길수록, 게시물에 좋아요와 공유가 많을수록 돈을 버는 페이스북에는 낭패스러운 일이다. 페이스북이 가짜뉴스와 필터버블에 답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페이스북의 진정성을 폄하하려는 것은 아니지만 저커버그의 선언문이 사업위기 대응전략으로 들리는 것은 왜일까. 저커버그는 뉴스 산업에 대한 이야기도 빠뜨리지 않는다. 사건을 취재하고 분석하는 언론사 없이 정보가 풍부한 공동체는 불가능하다고 치켜세운다. 지역 뉴스를 늘리고, 모바일 단말기에 최적화된 뉴스 포맷을 만들고, 언론사의 탄탄한 비즈니스 모델을 위해 뉴스 산업에 더 많은 지원을 하겠다고 밝혔다. 좀더 다양한 관점의 뉴스를 노출시키고, 가짜뉴스를 걸러내겠다는 선언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는 좀 두고 볼 일이다. 그보다 왜 이런 선언을 페이스북에서 먼저 하는지 의문이다. 가짜뉴스가 활개치는 세상에 기존 언론은 무엇을 하고 있나? 우리는 가짜뉴스가 아니니까 방관해도 되는 것인가? 대선을 치를 우리에게 가짜뉴스의 위험은 더 커지고 있다. 가짜뉴스가 정체불명의 종이신문 옷을 입고 배포되고, 거짓 정보가 ‘긴급’, ‘널리 퍼뜨려주세요’라는 제목을 달고 메신저로 확산되고 있다. 발 없는 말이 천리를 가고 빨리도 간다.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들으려는 심리가 가짜뉴스를 키워내는 토양이 되고 있다. 기성 언론에 대한 불신도 작용하고 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2016년 조사에선 한국의 기자와 언론사에 대한 신뢰도는 26개국 중 25위다. 뉴스가 넘쳐나고 빛의 속도로 전파되는 지금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투명성을 높이라는 하버드대학 니먼 리포트에 모든 언론은 귀 기울여야 한다. 가짜가 너무 많다. 매주 토요일 광화문에서 울려 퍼지는 노래가 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 거짓은 참을 이길 수 없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그래야만 한다. 눈감으면 가짜가 진짜가 된다. 가짜가 판치지 못하도록 언론이 제대로 감시하는 ‘진짜’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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