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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4] 똥을 피한다. 나에겐 한주먹이 있기에! / 권혁철

등록 2017-03-29 18:38수정 2017-03-29 20:43

권혁철
지역에디터

지금까지 ‘덕기자 덕질기’를 통해 50살 넘어 권투하는 이야기를 3차례 썼다. 내 주변 독자들의 반응을 살펴봤더니, ‘스파링하다 20·30대한테 맞았다’는 이야기를 되풀이하고 있다는 날카로운 비판이 나왔다. 지적을 받고 쓴 글들을 다시 읽어보니,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만 했지 독자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래서 ‘권투에 대해 뭐가 궁금하냐’고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누가 권투를 왜 하느냐’는 질문이 많았다. 1980년대까지 권투는 대표적인 ‘헝그리 스포츠’였다. 못 배우고 가난한 젊은이들이 주먹 하나로 인생 역전을 노리며 권투 체육관 문을 두드렸다.

이제 헝그리 파이터는 거의 없다. 대부분 다이어트, 체력 단련, 호신 등을 위해 권투를 한다. 내가 다니는 권투 체육관 등록 회원의 60%가 여성이다. 대부분 20·30대인 이들의 주된 목적은 다이어트다. 이들은 “그동안 다이어트를 하려고 힘들게 운동을 억지로 했는데 권투는 재밌다”고 설명한다. 권투는 팔뿐만 아니라 다리, 허리 등 온몸을 쓴다. 나는 권투로 6개월 만에 몸무게를 15㎏ 뺀 경우도 직접 봤다.

스파링을 하는 링과 샌드백 등이 있는 권투 체육관 모습.
스파링을 하는 링과 샌드백 등이 있는 권투 체육관 모습.
남성들은 체력 단련과 스트레스 해소, 호신을 목적으로 권투를 한다. 특히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은 싸움을 잘하기 위해 권투를 배운다. 실제 권투가 싸움에 도움이 될까? 내가 2년 동안 권투를 해보니 꽤 도움이 될 것 같다. 상대 주먹이 보이면 피하거나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긴다. 더킹(무릎을 죄우로 굽혀 스트레이트 피하기), 위빙(상체를 상하로 움직여 훅 피하기) 같은 권투 방어기술을 제대로 익힌 사람이라면 권투를 전혀 안 배운 사람이 마구잡이로 뻗는 주먹은 쉽게 피할 수 있다. 이후 체중을 실은 훅이나 스트레이트로 상대를 충분히 제압할 수 있다.

하지만 권투를 배웠다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마구 주먹질을 하면 철창 신세를 지기 십상이다. 칼이 칼집에 들어 있을 때 두려운 것처럼, 권투를 배운 사람은 주먹을 휘두르지 않을 때 두려운 존재가 된다. 권투를 배운 뒤 나는 못마땅한 사람이 생기면 ‘정말 한주먹거리도 안 되는 게 까불고 있네. 너 같은 똥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피한다’고 생각하고 되도록 정면충돌을 피한다. 동네 깡패에게 얻어맞고는 ‘자식뻘 되는 녀석과는 싸울 필요가 없다’고 자위하는 정신승리법의 원조 소설 <아큐정전>의 주인공 아큐와 달리, 나에겐 한주먹이 있다(고 믿고 싶다).

nur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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