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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세계의 창] 금융거래세의 경제 효과 / 딘 베이커

등록 2017-04-02 19:25수정 2017-04-02 21:06

딘 베이커
미국 경제정책연구센터 공동소장

유럽연합(EU)의 금융거래세 도입 시도가 마침내 결실을 앞둔 것 같다. 회원국들 간에 이견은 있지만, 공동 세제를 시행하려는 노력은 지난 6년 새 10여개국의 지지로 진전돼왔다. 금융거래세가 실제 시행될 경우 유로존(유로 단일통화 사용국)에서 상위 4대 경제국을 포함한 이들 10개국은 의미 있는 경제 블록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선 10개국이 합의에 이를 것인지에 큰 의문이 있다. 가장 큰 문제는 벨기에 정부가 금융거래세 부과 대상에서 연기금은 제외돼야 한다고 요구하는 것이다. 벨기에 정부가 실제로 연기금을 보호하려는 목적에서 그런 주장을 하는 것이라면 별로 설득력이 없다. 반면 겉으론 금융거래세를 지지하면서 뒤로는 사보타주를 하는 것이라면 대단한 전술이다.

벨기에 정부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는 이유는, 벨기에의 연기금 거래에 세금을 부과해도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기 때문이다. 더 큰 이슈는 과세 탓에 거래량이 줄어들 것이란 전망이다. 다시 말해, 금융거래세가 연기금 거래 비용을 높이면서 투자자들이 거래 빈도를 줄일 것이란 우려다. 그러나 연기금은 세금을 얼마나 내느냐가 아니라 세금을 포함한 총 거래비용이 얼마나 드느냐에 신경을 쓴다. 다른 거래 비용을 줄인다면 과세가 거래 감소로 이어지진 않을 것이다.

거래비용 상승에 따른 거래 양상의 변화에 대해선 여러 전망이 나오는데, 핵심은 ‘비율’에 따라 거래도 바뀔 것이란 점이다. 말하자면, 신규 과세로 거래 비용이 50%만큼 늘 경우 연기금 거래량은 3분의 1만큼 줄어들면서 총 거래비용은 전반적으로 변화가 거의 없을 것이다.

만일 거래량의 감소가 과세에 따른 거래비용 증가와 반비례한다면, 연기금의 총 거래비용은 거의 변동이 없을 것이다. 이 경우, 과세 부담은 (연기금이 아닌) 금융산업 전반의 몫이 된다. 대략 과세총액이 거래량 감소에 따른 금융산업 부문의 세부담 감소 수익과 비슷하기 때문이다.

손익 계산에서 거래량 감소를 고려하면, 왜 벨기에 정부가 연기금에서 과세의 영향을 우려하는지 이유를 찾기 힘들다. 금융거래 총비용은 어떤 식으로든 과세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을 것이고, 금융거래세가 금융산업 부문보다는 정부의 세수에 더 기여할 것이기 때문이다. 벨기에 정부의 주장에는 많은 사람들을 걱정하게 하는 시사점 한 가지가 있다. 연기금과 다른 투자자들이 현재 수준의 거래에서는 아무런 이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모든 거래에는 얻는 자와 잃는 자가 있다. 만일 내가 운이 좋게도 최고점에서 주식을 팔면 이익을 보지만, 고평가된 나의 주식을 사는 누군가는 손해를 본다. 경제 전체에서 보면 이 모든 거래의 손익은 상쇄돼, 평균적인 투자자들은 돈을 벌지도 잃지도 않는다.

금융시장을 더 솜씨있게 다루면 자본을 최대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경제의 전반적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모두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금융시장에서 보는 엄청난 규모의 거래에서 실제로 자본이 최선으로 할당되고 있다고 볼 근거는 거의 없다.

실제로 아이티(IT) 거품이 있었던 몇 년 동안에도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오히려 불량한 의도를 지닌 스타트업 기업들은 ‘기업공개’(IPO, 기업 설립 후 처음으로 외부투자자들에게 주식을 공개하고 매도하는 일)로 순식간에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모을 수 있었다. 최근 10년 새 집값이 폭등한 주택 시장에 수조달러의 모기지 대출이 쏠리기도 했다. 유동자본 시장은 저축에서 투자 부문으로 자본의 흐름을 촉진하기 위해 필요하다. 그러나 이미 오래전에 유동성은 필요치를 훨씬 넘어선 것 같다.

요약하건대 벨기에의 연기금은 금융거래세에 대해 걱정할 게 하나도 없다. 다른 한편 벨기에를 포함한 참여 국가들의 금융산업 부문엔 금융거래세가 상당한 근심거리다. 금융거래세는 금융부문의 비용 지불을 통해 경제 전체의 효율성을 높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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