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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정당이 망하는 길

등록 2005-11-13 17:32수정 2005-11-13 17:32

성한용 선임기자
성한용 선임기자
아침햇발
정치자금법은 보조금을 “정당의 보호·육성을 위하여 국가가 정당에 지급하는 금전이나 유가증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국가 예산은 국민이 낸 세금이다. 따라서 정당에 지급하는 보조금은 국민들의 ‘혈세’다.

열린우리당의 2004년도 수입총액은 298억원이다. 이 가운데 보조금이 156억원을 차지한다. 절반을 넘는 셈이다. 한나라당 수입총액은 815억원인데, 당사 매각 등으로 마련한 기타 수입 465억원을 빼면 350억원이 된다. 이 중에 보조금은 205억원이다. 전체수입에서 당원들이 낸 당비가 차지하는 비율은 열린우리당이 29.7%, 한나라당은 5.6%에 불과하다. 두 정당의 후원회 기부금은 각각 23억원과 6억원이었는데, 내년 3월13일부터 중앙당 및 시도당 후원회가 폐지되면 그나마 후원회 기부금은 없어진다. 돈으로 따지면 두 정당의 주인은 당원들이 아니라 국민이라는 얘기다.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시끄럽다. 열린우리당은 바닥으로 떨어진 당 지지도를 회복하기 위해 민주당과 통합을 해야 한다느니, 대선주자들이 의장으로 출마해야 한다느니 논쟁이 한창이다. 한나라당은 후보 선출 방식을 놓고 박근혜 대표의 주류와 반대 진영이 격돌하고 있다. 두 정당이 안고 있는 문제는 겉으로 보기에 전혀 다른 것 같지만, 사실은 같은 것이다. ‘당심’과 ‘민심’을 어떻게 일치시키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2002년 민주당 경선에서 누가 봐도 가망이 별로 없었던 노무현 후보가 역전을 할 수 있었던 것은 국민 참여 경선 덕분이었다. 당심과 민심을 일치시켰기 때문에 민주당이 살고 노무현 후보가 살았다. 그런데 열린우리당은 2003년 11월11일 전당대회, 올 4월 전당대회에서 당원들만 모여 지도부를 선출했다. 내년 2월18일 전당대회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닫힌 우리당’이라면 심한 표현일까? 정세균 의장은 당직은 당원들이 뽑고, 공직은 국민 여론을 반영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설명했다. 그럴수도 있지만 아닐 수도 있다. 열린우리당의 추락은 민심과 멀어졌기 때문인데, 아직 성찰이 부족한 것 같다. 당 지도부 선출에 민심을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는 고민을 좀 하면 된다.

한나라당이 바로 그것을 했다. 한나라당은 지난해 7월 정기전당대회에서 대의원 50%, 일반인 상대 여론조사 30%, 인터넷 투표 20% 방식을 도입했다. 그 결과 원희룡 김영선 의원이 2위와 3위로 최고위원에 당선되는 돌풍을 일으켰다. 한나라당에도 ‘젊은 피’가 건재함을 과시한 것이다. 그 뒤 한나라당은 지지도가 서서히 올라 열린우리당을 크게 앞섰고 최근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마의 30%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잘나갈 때 조심하라고 했던가. 한나라당이 새겨야 할 말이다. 애초 한나라당 혁신위원회가 마련한 대통령과 광역단체장 후보자 선출 규정은 △전당대회 출석 대의원 20% △책임당원 선거인단 30% △일반 국민 선거인단 30% △여론조사 20%의 비율을 반영하는 것이다. 박근혜 대표의 입김이 강하게 미치는 한나라당 운영위원회는 당원들이 일반국민 선거인단 추첨에 응할 수 있도록 혁신안을 수정했다. 고친 것은 ‘살짝’이지만, 의미는 작지 않다. 당심과 민심의 거리를 기준으로 말하면, 확실히 거꾸로 가는 길인 것이다.

정당법을 보면, 정당은 국민의 정치적 의사 형성을 위해 필요한 조직이라고 되어 있다. 국민들의 외면을 받는 정당은 존립하지 못한다. 더구나 국민들로서는, 세금만 받아먹고 자기들끼리만 놀겠다는 정당을 지지할 이유가 전혀 없다.

성한용 정치부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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