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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짜증 유발자’ 광고 차단

등록 2017-04-27 18:07수정 2017-04-27 21:28

미디어 전망대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장

기사를 클릭하면 상단에 광고부터 뜬다. 여기저기 광고 상자가 박혀 있다. 조심스레 피하는데도 순간 건드렸는지 광고가 열린다. 광고 내용도 뜬금없고 낯 뜨겁다. 스크롤을 내리는데 아예 광고가 따라 내려온다. 아래까지 왔는데 또 광고들이 떠 있다. 기사 하나 읽으려면 지뢰 피하기 게임에 성공해야 한다. 그야말로 짜증 유발자다. 배너광고의 클릭률은 현재 0.1% 미만. 천 개의 광고 중에 한 개도 클릭을 안 한다. 실수로 터치한 걸 빼면 더 낮은 비율일 것이다. 광고기술 기업 <솔브 미디어>에 따르면 배너광고 클릭률은 비행기 추락사고 생존율보다 낮다.

1994년 10월27일 정보기술 잡지 <와이어드>가 인터넷 판을 내놓았다. 화면 구석에 “여기 클릭해본 적 있어요?”라는 안내 문구가 떴다. 세계 최초의 배너광고로 에이티앤티(AT&T)가 광고주였다. 당시 십여 개의 배너광고가 실렸으니 최초의 광고주가 누구인지는 논란이 있다. 중요한 것은 당시 배너광고의 클릭률이 44%로 기록되어 있다는 점이다. 배너광고 클릭률 44%가 0.1%로 떨어지는 데 걸린 시간은 20년 남짓. 광고주들에게는 새로운 포맷, 이용자들에게는 호기심의 대상이었던 배너광고가 성가심의 대상이 되고 짜증 유발자라는 오명까지 얻게 되었다.

앱스토어에서 검색되는 광고 차단 앱들. 화면 갈무리
앱스토어에서 검색되는 광고 차단 앱들. 화면 갈무리
짜증 유발자를 축출하기 위해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가 등장했다. 앱 하나만 깔면 광고 없이 정보든 오락이든 목적 달성을 할 수 있다. 국내에서는 아직 이슈화가 안 됐지만 해외에서의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사용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데스크톱에서는 전년 대비 19%, 모바일에서는 94%까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영국 로이터저널리즘 연구소의 보고서를 보면, 유럽에서는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 설치율 30%가 넘는 국가들이 많다. 18~24살 연령층의 경우 폴란드나 스페인 등에서는 50%가 넘었다.

가뜩이나 어려운 미디어 기업에 광고 차단은 큰 재앙이다. <뉴욕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 프랑스의 <르 피가로>는 광고 차단 업체를 고소하기까지 했다. 연이은 고소에서 미디어 기업들은 패소했다. 이용자들에게 직접 읍소도 하고 있다. “광고는 콘텐츠 무료 공급의 원천입니다. 무료로 이용하시려면 광고 차단 프로그램을 삭제하십시오.” 독자들은 공짜로 좋은 기사를 보는 대가로 광고를 봐줘야 한다고 인식할까?

광고 차단 업체 고소에 동참했던 구글은 최근 정책을 바꿨다. 자사의 크롬 브라우저에 아예 광고 차단 기능을 넣겠다는 것이다. 온라인 광고로 먹고사는 구글이 자신의 주 수입원을 포기하겠다는 말인가. 사실은 자신이 통제할 수 없는 광고 차단 소프트웨어가 급증하자, 경쟁자들의 광고는 배제하고 자사 기준에 맞는 광고만을 브라우저에 뜨게 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을 한 것이다. 구글과 함께 광고계의 큰손들, 마이크로소프트, 페이스북이 ‘더 나은 광고를 위한 연합’을 결성했다. 인터넷 이용자에게 더 나은 광고는 무엇일까?

짜증 유발자는 회피하게 되고 차단되게 마련이다. 이용자들을 성가시게 하는 것은 무엇이고 열광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 대선을 앞두고 후보자들의 광고도 쏟아져 나온다. 뜬금없지만, 이들 광고 역시 국민들에게 짜증 유발자가 돼서는 안 된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무엇이고 국민을 불쾌하게 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해야 광고가 선전선동이 아니라 메시지가 되고 조롱거리가 아니라 감동이 되는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고민하고 또 고민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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