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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폭격당하는 병원과 환자 / 티에리 코펜스

등록 2017-05-18 18:29수정 2017-05-18 20:33

티에리 코펜스
국경없는의사회 한국 사무총장

지난 4월29일 오후,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무기를 든 남성 약 30명이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에 있는 하제 병원에 들이닥쳤다. 이 병원은 국제의료구호단체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는 병원이었다. 무장한 남성들은 특정한 부상자들을 찾아 환자들을 수색했고, 의료진을 위협하고 구급차를 점령했다. 하제 병원 남쪽, 몇 킬로미터 떨어진 곳에 국경없는의사회의 지원을 받는 다른 보건소가 있다. 아프타레스 보건소다. 보건소 바로 밖에서 교전이 일어나는 바람에 보건소는 총알받이가 되었다. 건물 바로 앞에 부상자들이 쓰러져 있는 모습이 보였지만, 총격이 심해 이들에게 접근할 수 없었다.

두 병원 모두 다마스쿠스 외곽에 있는 구타 동부에서 최근 발발한 전투로 화를 입었다. 의료구호 활동에 대한 보호와 존중을 저버린 행위였다. 이 사건으로 국경없는의사회는 교전 당사자들이 의료구호 활동을 존중하기 전까지는 두 병원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불행하게도 이런 공격은 처음이 아니다. 지난 수년간 시리아뿐 아니라 예멘, 아프가니스탄, 남수단 등 분쟁지역 내 병원과 활동가들과 환자들이 당한 수많은 공격 중 하나다.

5월19~20일 독일 베를린에서 주요 20개국(G20) 보건장관회의가 열린다. 대한민국이 회원국으로 있는 이번 G20 보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국제 공공보건 이슈에는 난민, 식량 불안, 의료시설에 대한 공격 등 전쟁·분쟁 지역과 연관된 주제도 포함됐다.

국제인도주의법상 의료시설은 전쟁 중에도 인도적·중립적 공간으로 보호받아야 한다. 치료가 필요하다면 누구든지 치료받을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의료시설물과 의료진은 분쟁 당사자들의 의도적인 무력 공격에 노출되어왔다. 이로 인해 의료 시스템이 파괴되는 것은 물론, 의료구호 활동도 공격당해 응급치료마저 하지 못했다.

분쟁지역에서 민간인이 보호되지 못하고 인도주의 서비스에 대한 안전한 접근이 보장되지 못하면 재앙은 장기화된다. 지난 4월 남수단 코도크에서는 교전이 심해지면서 2만5천여명이 집에서 도망쳐 나왔다. 교전으로 물자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난민 캠프로 모여든 실향민들에게 물과 음식이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 같은 상황은 남수단 내 다른 지역은 물론, 나이지리아 북동부에서도 벌어진다. 교전으로 민간인들이 피난을 가거나 발이 묶여 식량 부족과 영양실조로 희생되고 있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분쟁지역 및 인도주의적 의료구호 활동이 필요한 곳에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료구호 활동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생명을 살리는 이런 활동이 지속되려면 환자들과 우리 의료진은 공격의 대상이 아니라는 보장을 받아야만 한다. 우리는 부상자와 환자들을 향한, 치료 의무를 수행하는 사람들을 향한, 의료시설을 향한 공격을 강하게 비판한다. 무력분쟁의 당사자일지라도 국제법상 의무를 다해 의료활동을 보호해야 한다.

국경없는의사회는 보건장관회의에서 논의될 주제에 ‘의료 시스템 강화’의 일부로 ‘의료활동의 보호’가 포함된 것을 환영한다. 아울러 이번 G20 선언문에는 ‘환자 보호’ 또한 포함되어야 한다. 분쟁지역에서 중립적이고 공정한 의료 서비스 보호를 보장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2286 결의’ 적용도 명백히 언급해야 한다. 대한민국은 G20 회원국으로서 치료·안전·보호를 필요로 하는 약자들과 그 가족을 위한 인도주의적 의료활동 보호를 지지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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