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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2] 코트에 민감한 나, ‘하드’가 좋은데… / 김경무

등록 2017-05-24 18:39수정 2017-05-24 20:37

김경무
스포츠팀 기자

포핸드 스트로크가 특히 강한 난 하드코트가 좋다. 공이 빠르게 날아와 리턴샷을 하기 좋기 때문이다. 클레이코트에서 칠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포핸드 스트로크가 특히 강한 난 하드코트가 좋다. 공이 빠르게 날아와 리턴샷을 하기 좋기 때문이다. 클레이코트에서 칠 때와는 사뭇 느낌이 다르다.
아~ 오늘 밤은 공이 너무 잘 맞는다. 어제 비가 내려 코트의 땅이 단단해진데다, 바로 뜯은 새 공으로 치니 노란 공이 총알처럼 코트 반대쪽으로 날아간다. 통쾌하다. 흙으로 만든 클레이코트인데, 마치 콘크리트나 고무 등으로 만든 하드코트 같은 느낌이다. 포핸드 스트로크 하나만은 자신 있는 난 이런 코트 상태가 너무 좋다. 습기 있으면 푹신푹신해지고 공도 탄력도 죽는 클레이코트보다는. 강스트로크에 절절매는 상대를 보면 힘이 더 솟는다.

“회장님! 살살 쳐요~. 쇳덩어리가 날아온 것 같아요.” 맞은편 선수가 내 강스트로크에 발리 실수를 한 뒤 투덜댄다. 솔직히 미안하다. 그런데 도리가 없다. 복식 경기에서는 발리를 잘하는 상대를 이기려면 나에게 강스트로크밖에 유효한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코트에 바짝 붙어 발리를 위주로 하는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공을 높이 띄워 넘기는 로브도 섞어서 쳐야 포인트를 잡지만 그런 스타일의 게임은 싫다. 때로는 공을 깎아쳐서 공이 역회전을 많이 하면서 낮게 그리고 느리게 상대 코트로 깔려 들어가는 슬라이스 포핸드를 구사하기도 하지만, 회원들은 “좋은 스트로크가 있는데 왜 그렇게 치냐”고 뭐라 한다.

모처럼 승리의 기쁨을 맛본 뒤 환호하지 않는다. 이럴 때일수록 겸손해야 하는 게 테니스의 매너다. “회장님 좋으시겠어요.” “뭐 승리하는 게 그리 중요한가요. 그냥 즐기면 되는 거 아닌가요.”

클레이·하드·잔디 등 코트별로 공이 원바운드 된 뒤 공의 속도를 나타내주는 그림이다. 잔디코트에서 가장 공이 빠르게 튀는 것을 보여준다. 강서버에게 유리하다.
클레이·하드·잔디 등 코트별로 공이 원바운드 된 뒤 공의 속도를 나타내주는 그림이다. 잔디코트에서 가장 공이 빠르게 튀는 것을 보여준다. 강서버에게 유리하다.
테니스 경기에서 경기력을 좌우하는 요소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난 코트 상태가 매우 중요한 변수인 것 같다. 어떤 코트냐에 따라 공의 바운드에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하드코트를 선호한다. 공격적이고 파워 있는 스트로크를 구사하는 선수에게 유리하기 때문이다. 4개 그랜드슬램대회 가운데 호주오픈과 유에스(US)오픈은 하드코트에서 한다. 프랑스오픈은 붉은 벽돌을 깨어 만든 클레이코트, 윔블던은 잔디코트에서 한다.

필자가 속한 한울테니스동호회는 야간에 시립 클레이코트에서 경기를 즐긴다. 인근에 한강이 있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날은 코트가 축축해져 경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드코트로 바뀌면 좋아지려나….
필자가 속한 한울테니스동호회는 야간에 시립 클레이코트에서 경기를 즐긴다. 인근에 한강이 있기 때문에 습기가 많은 날은 코트가 축축해져 경기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다. 하드코트로 바뀌면 좋아지려나….
50대 전후 연령대가 많은 우리 클럽 회원들에게 적지 않은 고민이 생겼다. 우리가 빌려 쓰고 있는 클레이코트가 조만간 하드코트로 새단장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하드코트에서 치면 무릎이 안 좋아~.” 60살을 넘긴 고문님은 걱정이 태산이다. 여성 회원들도 그렇다. 그러나 요즘은 공사 기술이 좋아 오히려 하드코트가 더 좋다고 한다. 내심 난 웃는다. 그런데 걱정도 된다. 얼마 전 하드코트에서 한 게임 했는데, 발목이 너무 아파 힘들었기 때문이다. 우리 동호회에 조만간 닥칠 하드코트, 기대 반 우려 반이다.

kkm100@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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