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무
스포츠팀 기자
“여기 찍혔잖아?”
“아니라니깐요, 여기 나갔잖아요. 보세요.”
코트에서 공의 ‘인·아웃’ 여부를 놓고 갑자기 고성이 오간다. 승부욕이 철철 넘쳐난다. 아니 뭐 큰 내기라도 걸렸나? 두 사람은 계속 평행선을 달리고, 목소리가 점점 커진다. 말려? 말아? 공연히 끼어들었다가는 한쪽의 눈총을 받기 십상. 가만히 지켜만 본다. 몇분 동안의 실랑이 끝에 결국 한쪽이 양보하는 선에서 마무리된다. 코트에 ‘호크 아이’(매의 눈)라도 달아야 할까 보다.
자신만의 독특한 플레이 스타일을 가진 이들과 함께 테니스를 치는 것은 나의 큰 행복이다.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충장공원 코트에서 정기적으로 공을 치는 한울테니스클럽 회원들.
우리는 왜 테니스를 치는가? 테니스는 매너 운동이라고 하지 않았나? 솔직히 프랑스오픈처럼 우승상금 210만유로(26억3800만원)가 걸렸으면 정말 이 악물고 치겠다. 하지만 동호인 레벨에서는 승부보단 서로 랠리를 많이 해 운동량을 늘리고 상대를 배려해주는 플레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종종 코트 안팎에서의 일부 극소수 특정인이 보여주는 비매너에 한숨을 쉬기도 한다. 물론 나도 그런 매너 없음에서 자유로울 순 없다. “인사 좀 하세요. 서브 넣을 때, 제가 인사하는데 받지도 않고….” 동호인 한 분이 이렇게 말하는 것을 듣고 얼굴이 화끈거린 적이 있다. 어~ 나도 고개를 끄떡이며 인사했는데, 그게 건성으로 보였나?
동호인 테니스 대회에서 일부 몰상식한 사람들이 인·아웃 때문에 치고받고 대판 싸웠다는 소리도 여러 번 들었다. 승부욕이 과열되다 보니 나오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다. 동호인만 그러나? 지난 11일 2017 프랑스오픈 남자단식 결승전에서 라파엘 나달에게 몰리던 스탄 바브링카는 경기 도중 분이 안 풀렸는지 자신의 라켓을 코트에 세게 쳐 부숴버리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여줬다. 과거 서리나 윌리엄스도 그랬다. 상대를 목표로 하는 게 아니고 자학하는 거니까 그 정도는 봐줄 수 있겠다.
서브 넣고 앞으로 질주해 발리 하고 성공하면 크게 웃고…. 그런 즐거움에 테니스를 치는 게 아닌가 싶다. 한울 회원들이 충장코트에서 복식 게임을 즐기고 있다.
최근 몇년 동안 세계 1위로 군림했던 노박 조코비치 좀 보자. 이 친구, 자신의 기량이 예전만 못하자 최근에는 심판에게 심하게 대들고 인상까지 쓰고 경기를 한다. 보기가 영 안 좋다. ‘테니스 황제’ 로저 페더러나, 프랑스오픈 남자단식을 열번이나 제패한 ‘흙신’ 라파엘 나달이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나? 그런 면에서 페더러나 나달이 진정한 이 시대의 테니스 영웅이라 생각한다.
코트에 나갈 때면 늘 매너 있는, 상대를 배려하는 플레이를 되새기지만 그게 쉽지는 않다. 나도 감정의 동물이니까. 더러 승부에 집착해 얄미운 플레이를 하게 되고, 심하게 당할 땐 라켓을 집어던지고 싶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공 치는 자체의 즐거움이다. ‘즐기는 테니스’를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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