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독사파. 이름부터 어마어마하고 무시무시하다. 독사는 ‘독일 육사’의 준말이다. 군은 1965년부터 지금까지 독일 육사, 독일연방군(독일군)에 거의 매년 육사 생도 1명을 포함해 장교 2~3명을 보내고 있다.
몇년 전부터 인사철이면 군 내부에서는 “또 독사냐”는 뒷말이 나오곤 했다. 독일 육사 출신이 진급이나 보직에서 두각을 나타냈기 때문이다. 육사 24기부터 43기까지 독일 육사 유학생 22명 가운데 16명이 장군이 됐다.(육사 기수에 40을 더하면 일반 대학 학번이다.)
‘독사’ 논란이 군 외부에서 불거진 것은 이달 초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고 누락 와중이었다. “사드 추가 반입 고의적 누락이 가능한 것은 서로 간에 짬짜미 구조가 있기 때문이다. 특정 인맥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가능할 수 있겠는가.”(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
독사 논란의 중심에는 김관진 전 국가안보실장이 있다. 김 전 실장은 지난 10년간 군 인사나 정책을 좌지우지했던 실세로 꼽혔다. 지난해 사드 배치·도입 과정을 보면 김관진 전 실장, 류제승 전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등 독일 육사 출신들이 핵심 구실을 했다.
일부에서는 독사파와 함께 독사도 도맷금으로 취급해, 국방을 사유화한 안보적폐의 대명사처럼 비판한다. 하지만 나는 독일 육사(독일연방군)에 대한 이런 지적은 천부당만부당하다고 생각한다. 국방개혁과 각 분야 적폐 청산을 할 때 독일연방군에서 따라 배울 대목이 많기 때문이다.
2차 대전 패전 뒤 1955년 서독이 창설한 독일연방군 군사 교육의 2대 축은 ‘내적 지휘’와 ‘임무형 지휘’다. 특히 내적 지휘는 히틀러와 나치당의 군대로서 독일군이 자행한 역사적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정립한 독일연방군의 공식 지휘원칙이다. 내적 지휘의 궁극적인 목적은 민주주의를 수호하는 군을 육성하고 군인을 ‘제복을 입은 시민’으로 구현하는 것이다.
2차 대전 때 나치 독일군은 뛰어난 전투력을 자랑했지만 곳곳에서 성폭행, 약탈, 민간인 학살 등 비인도적 범행을 저질렀다. 전쟁이 끝나고 고향에 돌아온 독일군들은 가족들로부터 “어떻게 그런 짓을 했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들은 “명령에 절대복종해야 했다”고 답했다.
박근혜 정부 때 비슷한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공무원들은 블랙리스트(문화예술계 지원배제 명단)에 대해 “부당했지만 지시를 거부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조직 안에서 개인은 부당한 지시에도 저항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독일연방군은 소속 군인에게 인간 존엄성이나 인권을 해치는 명령을 받을 경우 불복종 권리를 주고, 그런 명령을 내린 상관을 신고하도록 했다. 국정농단 사태를 제도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공무원에게 독일연방군처럼 ‘불복종 권리’를 주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하다.
최근 사드 보고 누락에 대해 ‘정치가 과도하게 개입해 군의 특수성과 고유 영역을 무시한다’는 군 내부 불만도 있을 것이라고, 나는 짐작한다. 예전에 내가 국방부를 출입할 때 만난 고위 군 당국자들 중에는 ‘민간인이 군사문제에 간섭하면 전투력이 약해지고 결과적으로 적을 이롭게 한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도 꽤 있었다. 문민통제 원칙과 충돌하는 이런 발상은 위험하다. 자칫 군대가 나치 독일군처럼 사회와 동떨어진 ‘국가 속의 또 하나의 국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사드 보고 누락이 단순한 군 기강 확립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국군은 어떤 철학적 바탕 위에서 조직을 운용하는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이 질문이 국방개혁의 첫단추라고 생각한다.
권혁철
지역에디터 nura@hani.co.kr
[디스팩트 시즌3#54_사드 추가반입 숨긴 국방부의 반란?]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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