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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송영무,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 / 신승근

등록 2017-06-28 18:38수정 2017-06-28 22:02

신승근

정치에디터

“그런 세계가 있어요.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죠. 일반 서민들에게는….”

법무법인 율촌에서 고용계약서도 쓰지 않고 다달이 3천만원씩, 2년9개월 동안 9억9천만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을 두고 송영무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언론 인터뷰에서 한 해명이다. 2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 출석하면서도 “국민의 시각으로 이해가 되지 않으실 것 같아 대단히 송구스럽다”고 했다.

그의 말마따나 그를 둘러싼 의혹과 해명은 일반 서민들이 이해하기 어렵다. 큰딸이 아버지가 근무하던 국방과학연구소에 취업했다. 실력이 좋았을 수도 있다. 하지만 취업준비생, 편의점 알바로 한창때를 보내는 자식을 보면서 못난 부모 탓이라 생각해 본 서민들에게는 특혜로 비친다. 송 후보자가 ‘이해하기 조금 어려운 세계’다.

음주운전을 했다. 혈중 알코올 농도 0.11%, 면허 취소 수준의 만취 상태다. 그런데 아무 처벌도 없고, 문제없이 진급도 했다. 청문회에서 그는 “젊은 시절 한순간 실수”라며 “깊이 반성한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런데 왜 청와대 인사검증 때 자기 체크리스트 음주운전 항목엔 이 사실을 적지 않았을까. 장관 욕심에 청와대 인사검증 기본 설문조차 거짓 답변을 하고도 그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고 항변했다. 그런데 청문회에서 대령 진급 뒤 군 동기와 또 다른 음주단속에 걸리자 경찰을 잘 아는 군인을 경찰서로 불러 사건을 무마하려한 의혹이 새로 드러났다. 서민들은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다.

얼마를 주는지도 모르고, 고용계약서도 안 썼는데 법무법인 율촌이 알아서 꼬박꼬박 매월 3천만원을 줬다. 그것도 매달 300만원에 차량을 제공한 국방과학연구소에 겸직했다. 이후엔 방산업체 엘아이지 넥스원에서 매달 750만~770만원씩 자문료 2억4천만원을 받았다. 하지만 청문회에 나온 국방과학연구소 관계자는 겸직 허용이 정당했는지 확실히 답하지 못한다. 율촌 관계자도 “내부 규정에 따라 대우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하루 12시간씩 일해도 법이 규정한 시간당 6470원의 최저임금도 받지 못하는 노동자, 알바생들은 ‘이해하기 정말 어려운 세계’다.

지난 6월11일 송영무 국방장관 후보자를 지명하며 청와대가 내놓은 자료엔 이런 대목이 있다.

‘※ 북한의 핵과 미사일 위협에 대한 대응력을 강화하고, 강한 국방, 육·해·공 3군 균형발전,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 조직 확립 등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

역시 ‘이해하기 어려운 세계’다. 법무법인과 방산업체에서 본인도 “깜짝 놀란” 수억원의 자문료를 받고 검증에서 만취 음주운전 사실을 숨기고, 무마한 사람이 과연 ‘국민에게 신뢰받는 군 조직 확립 등 중장기 국방개혁을 추진할 적임자’인가? 국방부 안팎에선 벌써 “그가 김병관 케이스가 되는 게 아닌지”라는 말도 나온다. 2013년 박근혜 정부 초대 국방장관 후보자 김병관은 인사청문회를 마쳤지만, 무기 중개업체 고문으로 2억원의 자문료를 받은 것 등이 문제가 돼 지명 37일 만에 낙마했다.

고위 공직을 맡으려는 자는 흠결이 드러날 때 잘 처신해야 한다. 조직에 부담이 되고, 나라의 큰일을 그르칠 수 있기 때문이다. 솔직히 미안한 마음에라도 훌훌 털고 떠나는 사람을 좀 보고 싶다. 자신이 국방장관이 되는 걸 불편해하는 사람이 있다고 답하는 송 후보자는 그럴 마음이 없는 듯하다. 그의 거짓말을 문제 삼거나 검증 허점을 성찰하지 않고 “민간인 사찰 하지 않으면 남지 않는 자료”라고 말하는 청와대 관계자도 실망스럽다. 이들에겐 만취운전 사실이 알려진 게 개혁반대 세력의 역습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이쯤에서 이렇게 말하고 싶다. “그런 세계가 있어요. 높은 분들이 이해하기 조금 어렵죠. 일반 서민들에게는…. 쉬운데.”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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