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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짜증 유발자들 / 신승근

등록 2017-08-23 19:16수정 2017-08-23 20:37

신승근
정치에디터

“만성독성은 (달걀) 2.6개를 매일 먹을 때 위해가 있다. 평생 매일 그렇게 먹을 순 없지 않나.”

류영진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은 22일 국회에서 ‘살충제 달걀을 매일 먹어도 문제가 없다고 하는데, 정말이냐’는 야당 의원 질의에 이렇게 답했다. 자신의 무능과 무책임에 대한 이낙연 총리의 질책을 “총리가 짜증을 냈다”고 말하는 ‘멘탈갑’의 소유자를 탓할 마음은 없다. “류 처장은 약품 쪽에 전문성을 가진데다가 다양한 정치·사회 활동을 했다. 좀더 지켜봐주기 바란다”고 말하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 실망스러울 뿐이다. 다양한 정치·사회 활동이 무엇인지 불명확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를 도왔다는 의미가 담긴 것처럼 들리기 때문이다.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경질을 요청한 탁현민 청와대 선임행정관에 대해 “대통령의 인사권은 존중되는 게 옳다”고 선을 긋는 임 실장의 발언까지 더해지면…. ‘여성부 장관도 좀 무력한, 어쩔 수 없는 상황은 도대체 뭘까?’라는 쪽으로 생각이 번진다. 이래저래 평정심을 유지하기 쉽지 않다. 세상엔, 온통 ‘짜증 유발자들’이 넘쳐나는 탓이다.

김장겸 <문화방송>(MBC) 사장을 보자. 보도 통제와 부당노동행위 책임자로 사퇴를 요구받고, 구성원들이 파업 찬반 투표를 벌이는 상황에서 그는 “퇴진 않겠다”고 전의를 불태운다. 그럴 수 있다. 하지만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서라도 정치권력과 언론노조에 의해 경영진이 교체되는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된다”는 이유를 들이대는 대목에선 짜증이 밀려온다. 취재 현장에서 만났던 꽤 괜찮은 문화방송 기자들이 아직 현업에 복귀하지 못한 채 떠도는 이유가 방송의 독립성과 자유를 수호하기 위해 싸웠기 때문인데….

김진표 의원은 어떤가. 예정된 종교인 과세를 2년 유예하는 법안을 냈던 그는 여론의 뭇매를 맞자 ‘세무조사 면제’를 법 시행 조건으로 내건다. 자화자찬성 박근혜 정부 정책백서를 낸 문화체육관광부, 전두환씨 자서전, 곳곳에 짜증 유발자가 도사리고 있다.

그런데 이런 ‘혈압 오르는’ 상황에서도 버텨줬으면 하는 게 있다. ‘8·2 부동산 대책’이다. 대책 발표 뒤 집값이 안정 기조를 잡는 듯하다. 그런데 호들갑을 떠는 세력이 나타났다. ‘거래 절벽’을 얘기하며, 은근히 협박한다. 집을 사려던 사람들이 구입을 포기하고 전·월세로 몰리면서 결국 젊은층·실수요자가 8·2 대책의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논리를 동원한다. 언제나 등장하는 그럴듯한 궤변이다. 거래 절벽은 일부 ‘현실’이다. 하지만 부동산 거래가 없는 게, 정책을 탓할 일은 아니다. 호가를 잔뜩 올려 놓고, 거래가 없는데도 값을 내려서 팔지 않으려는 집주인들의 ‘놀부 심보’가 문제다. 8·2 대책 이후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만, 서민이 체감하는 집값은 미동도 없다. 당장 실수요자인 내가 눈여겨봐온 아파트들은 지난 한해 1억원 이상 올랐다. 8·2 대책이 나오기 전 한두 주 사이에 호가를 무려 5천만원 올린 집주인도 있다. “파렴치한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들은 버티며 정부를 압박한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2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다주택자 퇴로에 대해 말씀하셨는데, 이 문제에 대해 심각히 고민중입니다”라고 말했다. 물러서려는 신호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든다. 지난달 ‘미친 집값 사라진 정부’라는 칼럼을 쓰고, 김현미 장관의 전화를 받았다. “이젠 행동에 나설 때다. 정부를 믿고 조금만 더 참고 기다려 달라.” 그리고 8·2 대책을 내놓았다. 김 장관에게 꿋꿋이 버텨달라고 말하고 싶다. ‘거래 절벽을 얘기하며 정책 완화’를 압박하는 세력의 짜증을 좀 더 유발해달라, 세입자에게 부담을 전가하며 버티는 그들에게 밀려 또 서민의 뒤통수를 치는 일이 없도록.

sksh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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