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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덕기자 덕질기 3] 아픈 만큼 배운다 / 김명진

등록 2017-09-13 17:56수정 2017-09-13 19:22

김명진
디지털사진팀 기자

‘로드 자전거’는 가장 아름답고 효율적인 탈것이다. 효율을 높이기 위해 일반 자전거와는 다르게 발을 페달에 고정하는 ‘클리트 슈즈'를 사용한다. 처음 사용하는 사람은 익숙하지 않아 많은 연습이 필요하다.

자전거를 1월 중순에 구매했다. 혹한 때문에 야외로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아무도 없는 아파트 지하주차장으로 자전거를 가져갔다. ‘바인딩 페달’에 ‘클리트 슈즈’를 체결했다. ‘딸각’ 하는 경쾌한 소리가 주차장 전체에 울려 퍼졌다. 클리트를 체결한 오른쪽 발을 구르고 나머지 왼쪽 발을 마저 끼웠다. 느낌이 이상했지만 자전거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주차선에 맞춰 멈추었다 출발하기를 반복해서 연습했다.

맞은편에서 차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돌발상황이다. 등에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침착하자. 먼저 클리트를 빼고 브레이크를 잡자. 머릿속과는 다르게 몸이 반응했다. 겁을 먹고 브레이크를 먼저 잡았다. 페달에서 클리트를 빼려고 바둥거렸으나 빠지지 않았다. 자전거는 멈추었고 한쪽으로 넘어졌다. 본능적으로 손으로 땅을 짚었다. ‘클빠링’(클리트를 빼지 못해 넘어지는 상황)이다. 그날 연습을 하면서 3~4번을 더 넘어졌다.

‘바인딩 페달’에 ‘클리트 슈즈’를 체결하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 클리트 슈즈를 사용하면 자전거와 라이더가 하나가 된 것 같은 일체감이 생긴다. 독자 제공
‘바인딩 페달’에 ‘클리트 슈즈’를 체결하고 도로를 달리고 있다. 클리트 슈즈를 사용하면 자전거와 라이더가 하나가 된 것 같은 일체감이 생긴다. 독자 제공

다음날 아침 일어나면서 손으로 침대를 짚었다. 손목에 찌릿한 통증이 왔다. 손목이 잘 돌아가지 않았고 온몸에 근육통이 오기 시작했다. 머리를 감기가 힘들 정도로 손이 어깨 이상으로 올라가지 않았다. 손목인대 부상으로 한 달 동안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2월이 되어 날이 풀리기 시작했다. 클리트 사용이 익숙하지 않았지만, 자전거를 끌고 야외로 나왔다. 아직 빙판이 완전히 녹지 않은 다리 밑을 지나갔다. 중간쯤 지날 때 내 의지와는 다르게 핸들이 확 돌아갔다. 자전거와 함께 왼쪽으로 몸이 넘어지면서 5m 이상 미끄러졌다. 처음 입은 빕(자전거 주행용 하의)과 저지(상의)는 찢어졌고 무릎과 허벅지, 팔뚝에는 찰과상이 생겼다. 신음과 함께 한탄이 절로 나왔다. 상처가 아물 때까지 2주 넘게 자전거를 타지 못했다. 그 뒤로도 크고 작은 부상이 두번 있었다. 한번 다치면 회복하기 위해 2주 이상의 시간이 걸렸다.

로드 자전거는 속도가 빠르고 클리트를 사용하기 때문에 사고에 취약하다. 사고가 나면 몸을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이 헬멧밖에 없다. 가장 위험한 상황을 생각하고 자전거를 타야 한다. 안전보다는 욕심이 앞섰다. 험난한 과정을 거치면서 ‘안전하게 타는 것이 제일 잘 타는 것이다’라는 평범한 진리를 온몸으로 배웠다.

littleprinc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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