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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민주노총 ‘외상값’ 유감 / 박병우

등록 2017-11-02 18:29수정 2017-11-02 19:37

박병우
민주노총 대외협력실장

민주노총에 대한 이런저런 감상평이 화제에 오르고 있는 요즘, 이와 관련된 몇 가지 사건을 관통하는 단어가 이른바 ‘외상값’이다. 이 단어의 이면에 배어 있는 정서는 민주노총이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하는데 이는 현 정부·여당에 대한 외상값 재촉이라는 것. 그리고 여기에는 몇 가지 수식어구가 어김없이 따라붙는다.

‘이명박·박근혜한테는 꼼짝도 못하다가’ 혹은 ‘귀족노조’ 혹은 ‘수구좌파’ 혹은 심지어 촛불 1주년 대회에서 ‘민주노총이 청와대 앞에서 규탄집회를 하려 한다’ 등을 비롯해 입에 담기조차 민망한 표현들이 그런 문구인데, 일부 사람들의 인심이 훅훅 바뀌어가는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어서 그냥 웃어넘길 수도 있다. 불과 몇 달 전 이분들 중 많은 분들이 민주노총 고맙다며 격려 전화를 주기도 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에 대한 이런 일부의 적대적 태도는 그렇다 치더라도 현 정부·여당에 몸담고 있는 몇몇이 이런 흐름에 슬쩍 편승하는 듯한 태도를 언뜻언뜻 비치고 있는데, 적지 않게 우려스러운 일로 한 번은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이런 현상은 모두가 원하지 않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어서다.

이른바 ‘외상값’ 논쟁을 살펴보자. 민주노총은 설립 때부터 한국 사회의 민주주의와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해 일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당연히 이명박·박근혜 정권과 같은 비민주적이고 야만적인 정권에 맞서 저항하고 투쟁하는 것은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민주노총의 설립 정신에서 비롯된 것이다.

노동자들이 노동 개악에 맞서 싸운 것도, 잔인한 노조파괴와 손배가압류로 목숨까지 잃어가면서 민주노조를 지키려 한 것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막고자 싸운 것도, 용산참사 진상규명을 외치며 싸운 것도, 세월호 진상규명을 외치며 싸운 것도, 민중총궐기로 포악한 정권에 저항한 것도, 백남기 농민을 지키기 위해 싸운 것도, 박근혜를 끌어내리고 이재용을 구속시키기 위해 촛불을 든 것도 누구에게 외상 주려고 한 것이 아니라 민주노총 스스로가 규정한 복무 지침에 따른 것이다.

그러니 ‘외상값’ 논쟁은 이쯤에서 정리돼야 마땅하다. 진정 외상값을 갚으려거든 지난겨울 광장에 모여 적폐청산과 사회 대개혁을 외쳤던 국민들에게 갚으면 된다. 그럼 되는 것이다. 민주노총은 앞으로도 현 정부·여당이 적폐 세력을 뿌리 뽑고 사회 대개혁을 이루어 가는지, 비정규직을 없애고 노동자 권리를 보장하는지, 모든 국민이 어떤 차별도 받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인권을 보장해 가는지를 지켜보고 제대로 방향을 잡지 않으면 가차 없이 비판의 목소리를 낼 것이다. 그것이 바로 민주노총의 존재 이유다.

마지막으로 하나 더. 최근의 ‘외상값’ 논쟁에 편승해 5%라는 현재의 조직률을 근거로 민주노총을 건너뛰고 가자는 얘기가 정부·여당에서 슬그머니 고개를 드는 것 같다. 민주노총의 현재 조직률은 10년 가까이 자행된 재벌과 정권의 야만적인 공안통치의 산물이다. 그토록 엄혹한 탄압에도 끝까지 불의한 정권에 저항하며 노동자의 헌법적 권리인 노동권을 지켜내며 그 정도 조직률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격려를 받으면 받을 일이지 핀잔받을 일은 아니다. 현 정부·여당은 민주노조를 그토록 포악하게 탄압했던 국가의 잘못된 태도를 진지하게 반성하고 앞으로 노동조합 결성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노동조합 조직률을 올리기 위해 힘쓰기 바란다. 정의와 공정을 모토로 하는 사회를 지향한다면 더더욱 그래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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