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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노사합의’로 정규직 전환을 / 이호근

등록 2017-11-29 17:52수정 2017-11-29 19:28

이호근
전북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문재인 정부가 국정과제 1호로 일자리와 ‘노동 존중’을 천명하고, 공공부문에서 정규직 전환이 진행 중이다. 국가가 공공부문 사용자로서 그간 경쟁력과 고용관행이라는 이름으로 비정규직을 ‘남용’해 온 고용체계의 정상화를 위한 첫걸음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정부가 아무리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선도해도, 정작 고용의 중심인 민간부문에서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 효과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이런 의미에서 지난 7일 인천에 있는 만도헬라일렉트로닉스㈜와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조가 직접고용 합의를 도출한 것은 크게 주목된다. 자동차 센서·전자제어장치 등을 생산하는 이 회사는 700여명 직원 중 생산직 300여명 전원이 ‘도급 형식을 띤’ 비정규직이다. 협력업체에 지난 2월 금속노조 만도헬라비정규직지회가 설립돼 교대제 개편, 임금 등을 두고 수십 차례 교섭을 했지만, 노사가 입장차로 각각 파업과 직장폐쇄로 맞섰다. 또 노조가 원청을 상대로 노동관계법 위반으로 고소·고발하고, 근로자 지위확인소송을 내는 등 장기 분규가 우려됐다.

중부지방고용노동청은 감독을 통해 지난 9월 노사에 만도헬라 ‘생산직’이 불법파견에 해당함을 통보하고, 회사 쪽에 지난 7일까지 직접고용 시정명령을 내린 상태에서 노사가 자율합의에 이르렀다. 노사는 각자가 낸 민형사 소송을 취하하고, 회사는 생산직 전원을 정규직으로 채용하기로 합의했다. 자칫 노사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을 극복하고 노사가 자율적으로 정규직 전환에 합의한 것은 매우 주목되는 사례다. 현재 법원에서 불법파견 관련 소송 중인 다른 사업장에 주는 시사점도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나고야대 와다 하지메 교수는 <노동법의 복권―고용 위기에 대항하여>에서 공정한 고용질서와 공평한 분배가 실현되는 조건으로 ‘노동법의 복권’을 강조하고 있다. 기업 내의 정규직 고용과 비정규직 고용의 ‘분단적인 인사정책’, 이를 적극 추진해 온 경제계와 법적으로 지원해 온 그간의 정부 노동정책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이것이 고용위기 해소에도 사회통합에도 기여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6월 제106차 국제노동기구(ILO) 총회는 권리, 평등, ‘비차별’을 노동사회의 기본으로 삼는 ‘평화와 회복을 위한 고용과 양질의 노동에 관한 권고안’을 채택하였다. 사람을 주변화하고, 노동을 존중하지 않는 기업과 사회는 존경받지 못할 뿐 아니라 지속가능하지도 않다. 이제는 노동시장 양극화의 핵심인 민간부문 노사가 노동이 존중되는 현장과 고용관계 질서의 회복을 위해 나서야 할 때다. 만도헬라 노사 자율합의는 그 해법을 제시해주는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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