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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목마른 요일

등록 2005-11-23 20:18수정 2005-11-23 20:18

유레카
미국 대학에서 금요일에 개설된 강좌 수는 보통 월~목요일에 비해 40~50% 적다고 한다. 치코에 있는 캘리포니아대의 경우, 화요일에는 2500 강좌가 넘으나 금요일에는 890 강좌뿐이다. 그나마 금요일에는 저학년용 필수과목이 많고, 고학년 강좌를 개설했다간 폐강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많은 학생의 생활 스타일은 이미 주 4일 체제로 굳어졌다. ‘고마운 금요일’(TGIF)은 옛말이고 목요일 오후부터 주말이 시작된다. 목요일 저녁에 집중된 각종 모임을 생각하면 낮부터 목이 컬컬해진다. 목요일(Thursday)은 이제 ‘목마른 요일’(Thirstday)이 됐다.

대학 당국의 고민도 크다. 월~목 사이의 일정이 너무 빡빡해지는 건 물론이고, 일주일에 사흘 동안 캠퍼스 시설을 놀리는 것도 낭비다. 나흘씩만 공부해도 졸업할 수 있을 만큼 학점 관리가 느슨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서 금요일 강좌를 늘리는 문제를 놓고 여러 대학에서 공방이 한창이다.

목마른 요일은 주5일 근무제의 귀결이다. 이 제도는 주요 선진국에서 반세기 안팎의 역사를 갖고 있다. 일본은 18년, 중국도 10년이 됐다. 우리나라도 지난 7월부터 300명 이상 사업장들에서 시행하면서 목요일의 위상이 달라지고 있다. 우선 자신만의 주말을 즐기기 위해 업무상 술자리는 목요일로 끝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하루 휴가를 내고 일찍 주말 체제로 들어가는 사람이 늘어나서인지, 서울 교외로 빠지는 길은 목요일 저녁에도 만만찮게 붐빈다.

영국은 늘 목요일에 총선을 치른다. 투표율을 높이기 위해 전통 장날을 택했다고 하나, 금요일에 개표 결과가 나오면 마음을 가다듬고 새 주를 맞이할 수 있다는 실용적 이유도 크다. 정치적 갈증을 해결하는 날이 목요일인 셈이다. 미국의 추수감사절이 11월 넷째 목요일인 오늘인 것도 목마른 요일이기 때문일까.

김지석 논설위원실장 j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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