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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기고] 중소기업연금제도 도입하자 / 박영석

등록 2017-12-07 18:53수정 2017-12-07 19:27

박영석
서강대 경영대 교수·한국금융학회 회장

중소기업은 자신들이 필요로 하는 인력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여 양질의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낮은 생산성으로 대기업 대비 약 63%에 불과한 낮은 임금 수준 때문에 인재들은 중소기업을 꺼린다. 그런데 중소기업에 고급 인력이 유입되지 않으면 생산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낮은 임금과 낮은 생산성의 악순환 고리를 어떻게 끊어줄 것인가가 중소기업 정책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정부는 어려운 중소기업을 지원하기 위하여 낮은 금리로 매년 수조원의 정책자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런데 정책금융은 중소기업의 악순환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낮은 금리로 중소기업을 지원하면 납품가격에 반영되어 그 혜택은 대기업이 독차지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납품하는 중소기업과 수출하는 대기업의 동반성장이라는 목표하에 초과이익공유제 도입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초과이익공유제도 정책금융과 마찬가지로 근로자에게 직접 도움이 되는 제도가 아니다. 이것 또한 중소기업 경영자를 도와주는 제도이기 때문에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선순환을 만들어내지 못한다.

현재 중소기업이 양질의 인력을 확보하는 것을 도와주는 제도로 중소기업진흥공단이 운영하는 내일채움공제사업이 있다. 근로자가 납입한 적립금의 2배 이상을 사업주가 부담하여 5년 이상 장기 재직 근로자가 2000만원 이상의 목돈을 수령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올해가 4년 차인데 누적 가입자가 단지 2만5천명에 불과하다. 공제부금을 중소기업이 직접 부담하므로 사업주는 소극적일 수밖에 없어서 제도의 혜택은 제한적이다. 또한 2000만원은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대기업 수준의 평생 기대 소득을 보장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금액이다.

중소기업의 악순환 문제를 해결하려면 중소기업 근로자의 평생 소득을 대기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높이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 양질의 인력 확보를 하지 못하는 중소기업이 우수 인력을 확보할 수 있도록 중소기업에서 일정한 기간 근무한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중소기업연금제도 도입을 제안한다. 제도가 적용되는 중소기업군에서 장기 재직한 근로자에게 매년 국민연금 보험료의 자기부담 금액과 동일한 금액을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서 매칭을 해주는 것이다.

그러면 은퇴 후의 연금소득은 그만큼 늘어나 현재 예상되는 국민연금 지급액의 1.5배가 될 수 있다. 평생 기대 소득을 대폭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 계산에는 양질의 인력이 투입된 중소기업의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인건비 상승분이 포함되지 않아서 실제 받을 수 있는 연금은 현재 예상 금액의 1.5배를 훨씬 넘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 제도는 중소기업이 악순환을 벗어나게 되면 폐지해도 되기 때문에 정부의 재정부담도 한시적이라는 장점이 있다.

중소벤처기업의 질적 성장이 담보되어야 건실한 경제성장과 공정한 소득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또한 중소기업 정책이 가시적인 효과를 내지 않으면 현 정부의 높은 지지도도 유지되기 어렵다. 나아가서 진보정권이 5년에 끝나지 않고 정권 연장이 가능할지 여부도 중소기업 정책의 성적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책금융이나 동반성장같이 중소기업 경영자를 도와주는 제도로는 중소기업의 악순환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중소기업 근로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제도가 도입되어야 양질의 인력이 중소기업의 문을 두드릴 것이다. 보다 핵심적으로 중소기업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려는 시선과 용기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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