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 위원 민주주의는 국민주권이 대의권력을 통해 집행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는 제도다. 그 구체적 방법에 대한 설계도가 헌법이다. 민주적 통제는 입법권(예산권), 조사권(감사권), 인사권(내각 등)을 통해 이루어진다. 원칙적으로는 대의권력이 직접적으로 집행권력을 지휘·통제하는 의회중심제가 국민주권을 보다 잘 실현하는, 민주성이 강한 제도다. 그러나 의회중심제는 의회와 정당이라는 대의조직이 국민주권을 제대로 대변한다는 전제 위에서 작동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 선거제도 개혁, 정당과 의회 운영의 민주적 혁신 등을 통해 의회와 정당의 민주성이 강화되고 국민 신뢰가 개선되기 전에는 의회중심제로 가기 어렵다. 또한 이원정부제(혼합정부제)와 같이 집행권을 이원화하는 것은 국정의 불안정성이라는 치명적 한계가 있어 합의되기 어렵다. 따라서 장기적으로는 의회중심제로 발전해나가는 것을 지향하되, 현재는 대통령중심제 위에서 분권과 협치를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통령제가 분권과 협치의 길로 가기 위해서는 두 가지 헌법적 장치가 필요하다. 첫째, 국무총리에 대한 의회 추천제다. 대통령제에서 내각 임면권은 기본적으로 대통령에게 속한다. 그러나 임명 과정에서 의회의 의견을 반영하는 절차를 둠으로써 분권과 협치를 가능하게 하자는 것이다. 이는 현행 헌법의 정신과도 통한다. 국무총리가 국회의 임명동의를 받도록 하고 그 총리에게 장관 제청권을 주는 현행 헌법 역시 대통령이 내각 인사권을 행사할 때 국회와 협력하라는 취지를 담고 있다. 그러나 군사정권 때 유정회, 전국구 제도 등으로 집권당이 구조적으로 의회 과반수를 차지해 의회의 동의나 제청 절차를 무력화시키면서 헌법의 취지가 실현되지 못한 채 수십 년이 흘러왔다. 이러한 ‘헌법불합치’ 상황을 치유하기 위해 국무총리에 대한 의회의 사후 동의를 사전 추천으로 바꿔 실질적으로 대통령과 의회가 협력해 내각을 구성하자는 것이다. 야당이 과반수 연합을 구성해 대통령과 맞설 경우 대통령을 뽑은 민심과 충돌하게 된다는 걱정도 있으나 선거 시기 조정과 결선투표제 도입을 통해 제도적 보완이 가능하다. 둘째, 국무회의의 의결기구화가 필요하다. 현재의 국무회의는 심의기구로, 사실상 자문기구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국무회의를 의결기구화하면 국무위원의 권한과 책임이 강화된다. 명실상부한 책임장관제를 실현할 수 있다. 일상 운영은 해당 부처의 장관이 책임지는 책임장관제, 주요 국정 사안은 국무회의에서 의결해 함께 책임지는 연대책임제, 그리고 궁극적인 책임은 대통령이 지는 대통령책임제가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강력한 책임정치를 구현할 수 있다. 이 경우에도 대통령이 직접 지휘를 해야 하는 사안이 있다. 첫째는 외교안보 사안에 대한 초당적 통합적 결정이다. 둘째는 국가의 중장기 미래전략을 구상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 현재의 국정자문원로회의 등 유명무실한 헌법기구를 정비해 국가안전보장위원회, 국정기획위원회 등의 두 헌법기구를 둬 해당 역할을 감당하게 해야 한다. 국무총리의 국회 추천제와 국무회의의 의결기구화를 통한 협치형 대통령제를 제안한다. 협치를 성사시키는 과정이 복잡하고 혼란스러울 수 있지만 짧은 기간의 협상을 감당하면 남은 임기 동안 안정적 국정운영이 이루어질 수 있다. 이제 정권을 놓고 벌이는 반대를 위한 반대, 정략적 반대의 악순환, 그 대결과 교착의 정치에서 벗어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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