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와이티엔>(YTN)이 사장 문제로 연일 시끄럽다. 와이티엔은 24시간 보도 채널일 뿐 아니라 소유구조에서도 공영적 성격을 강하게 띤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5월 새 정부가 출범하고 얼마 안 돼 조준희 사장이 물러나면서 가장 먼저 제자리를 찾는가 싶었는데, 정상화를 향한 멀고 힘든 여정을 아직껏 끝내지 못하고 있다. 사실 이런 사태는 노조가 강력하게 반대했던 후보가 사장으로 추천되는 순간부터 예견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단식투쟁과 파업 찬반투표까지 결행한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이 극적인 중재에 나섰고, 노조가 사장 임명 동의의 조건으로 요구했던 사내 적폐세력 청산과 보도국장 지명 등에 사장 후보가 합의함으로써 일단락되는가 싶었다. 그러나 취임한 지 일주일 만에 사장이 ‘명시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합의를 파기하면서, 애초 노조의 반대가 충분한 근거와 예지력을 갖고 있었음이 증명됐다. 다시금 노조의 출근 저지와 사장의 징계 예고 등 노사 대치가 재연되는 것을 보니, 이명박 정권의 첫 낙하산 사장이었던 구본홍의 취임을 둘러싸고 대립했던 10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시감이 생겨난다. 그때나 지금이나 와이티엔 사태의 본질은 ‘공정방송’을 떼어놓고 접근할 수 없다. 10년 전 공정방송의 외침이 언론을 장악하려는 정권으로부터의 독립이었다면, 오늘날 공정방송의 염원은 오랜 세월 정권에 포섭됐던 과거와의 단절이다. 그리고 그 중심에 최남수와 노종면, 두 사람이 있다. 최남수와 노종면은 더 이상 개인의 이름이 아니다. 우리는 이 두 사람에게서 작게는 <와이티엔>, 크게는 한국 언론을 두고 벌어지는 두 세력의 힘겨루기를 보고 있다. 과거에 머물려는 자와 과거를 청산하려는 자, 혁신을 원하지 않는 자와 혁신을 하려는 자, 구성원의 신뢰를 얻지 못한 자와 구성원의 지지를 받는 자. 말을 뒤집는 것은 아무나 하는 일이 아니다. 가볍게 여길 일은 더더구나 아니다. 파국으로 치닫던 상황에서 합의한 사항을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번복하면 누가 신뢰할 수 있겠는가? 하물며 공정방송을 해나가기 위해 얼마나 큰 의지와 각오가 있어야 하는지를 처절하게 학습했던 언론사에서 그런 배움을 금세 망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최남수 와이티엔 사장이 기자회견에서 장황하게 쏟아낸 말은 자기모순적인데다 일면 희극적이기도 해서, 과거 문화방송 김재철 사장의 기자회견 장면과 묘하게 겹치기도 한다. 일부에서는 정당한 절차를 거쳐 사장에 임명된 사실을 들어 노조의 퇴진 요구가 지나치다 주장한다. 그러나 그런 절차적 정당성은 사장추천위원회까지만 부분적으로 작동했을 뿐, 사추위의 심사결과가 이사회로 올라가는 과정과 그 이후에는 지켜지지 않았다. 사내 구성원들의 의견은 물론 사추위 심사결과도 이사회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상태에서 박근혜 정권이 임명했던 공기업 이사 세 명과 와이티엔의 혁신을 원하지 않는 누군가가 최남수를 선택했고, 노조는 최남수의 약속을 ‘믿고’ 사장 임명에 동의했던 것이다. 어쨌든 최남수는 그렇게 어렵사리 만들어준 기회를 박차고 자신이 와이티엔의 공정방송을 이끌기에 부적격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버리고 말았다. 어떤 사장이 좋은 사장인가? 어떤 사람이 공영(적)방송 사장으로 적임인가? 기회주의적인 삶의 행적도 행적이려니와, 애매한 말을 늘어놓고 애매함을 핑계 삼아 약속을 저버리는 자는 진실을 전하는 언론사 수장으로는 어울리지 않는다. 이번 <와이티엔> 사태는 향후 <한국방송>(KBS) 사장 임명에도 타산지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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