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오피니언 칼럼

[정의길 칼럼] 트럼프보다 네오콘 잔당이 더 문제다

등록 2018-02-12 18:20수정 2018-02-12 18:56

‘제2의 딕 체니’인 펜스는 네오콘 세력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다시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음을 의미한다. 네오콘 세력이 몰락하고서야, 노무현 정부는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 해결의 실마리를 찾았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다시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의 미국 대선 개입에 공모한 혐의를 받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탄핵되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이 대통령직을 승계하면 미국의 대외정책은 어떻게 될까? 의회 전문지 <힐>은 지난해 ‘펜스 대통령’의 대외정책은 공화당 기성주류 재포용 및 기독교의 사회적 보수주의 사상의 공격적인 활용으로 특징지어질 것이라고 예측했다.

공화당의 기성 주류, 특히 조지 부시 전 대통령 시절에 대외정책을 장악했던 네오콘 사이에서 펜스는 극찬을 받고 있다. 펜스는 ‘매파 중의 매파’라 불린다. 그는 미국 대외정책 역사상 최악의 재앙이라 평가되는 2003년 이라크 전쟁의 강력한 옹호자였다. 강력한 군사력과 ‘미국의 가치’를 정력적으로 주창한다.

트럼프는 네오콘 등 기성 강경우파 및 기독교 복음주의 세력을 포섭하려고 그를 부통령으로 지명했다. 실제로 그는 부시 행정부 내에서 네오콘들의 대부 역할을 했던 딕 체니 전 부통령을 자신의 롤모델로 삼고 있다. 그는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2016년 9월 <에이비시>(abc)와의 회견에서 “나는 솔직히 딕 체니를 부통령과 미국인으로서 그의 역할을 아주 정말로 존경한다”며 체니처럼 “매우 적극적인 부통령”이 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딕 체니는 이라크 개전의 명분이던 사담 후세인 정권의 대량살상무기 개발 혐의 조작을 진두지휘했다.

펜스는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제2의 딕 체니’가 되고 있다. 북한에 대한 선제 군사공격을 주장하는 대표적인 네오콘인 존 볼턴 전 유엔대사는 펜스가 평창올림픽에서 북한 인사들과 악수하지 않은 건 잘한 일이라고 칭찬했다. 이에 펜스는 트위터에 “존 볼턴 대사, 말 잘했다. 미국은 세계 무대에서 도전받지 않으려는 북한 정권의 프로파간다 가식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다. 세계는 김씨 정권의 억압과 위협에 눈을 감을 수 없다”고 맞장구쳤다.

이는 몰락했던 네오콘 세력이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다시 스멀스멀 살아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트럼프 정권에는 애초 크게 세 개의 세력이 얽혀 있었다.

첫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로 대표되는 ‘경제적 민족주의·포퓰리즘’을 핵심 이데올로기로 하는 백인민족주의 세력이다. 미국의 해외개입에 반대하고 미국 우선 가치와 경제적 이권을 주장한다. 둘째,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과 허버트 맥매스터 안보보좌관으로 대표되는 군사실용주의 세력이다. 미국의 압도적인 국방력을 지렛대로 미국의 패권을 지키자는 세력이다. 전쟁을 우선시하지는 않으나, 전쟁을 피하지도 않는다. 셋째, 게리 콘 국가경제위원장과 스티브 므누신 재무장관 등 경제적 글로벌리스트들이다. 미국 다국적기업과 월가 금융회사들의 이익을 위한 글로벌라이제이션을 주장한다.

이 세 세력의 교집합이 네오콘이다. 네오콘은 미국 우선 가치를 내세우고, 강력한 군사력을 옹호하고, 미국 주도 글로벌라이제이션을 밀어붙였다. 네오콘은 백인민족주의 세력이나, 군사실용주의 세력이나, 경제적 글로벌리스트에게는 100% 만족은 아니지만, 타협과 연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백인민족주의 강경파들이 여전히 네오콘을 비난하지만, 트럼프 정권은 네오콘의 가치를 충실히 구현하려 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배넌이 백악관에서 밀려나면서, 트럼프 행정부 내에서 백인민족주의 세력은 확연히 쇠퇴하고, 네오콘 계열 세력들의 입김이 커지고 있다.

부시 행정부 때 네오콘 계열 인사와 어깨를 같이했던 빅터 차가 주한 대사직에서 낙마한 것도 점증하는 네오콘 세력에 대한 백인민족주의 세력의 갈등으로 보인다. 빅터 차가 ‘코피 전략’을 반대한 것은 사실이겠으나, 낙마 이유는 아닌 것으로 한-미 양국의 내부 인사들은 전한다. 빅터 차는 미국의 선제 군사공격만 반대했지, 북한에 대한 무한정의 목조르기를 주장하는 인사이다. 북한이 항복하지 않는 이상 협상과 타협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는 ‘김정은과 햄버거를 놓고 대화할 수 있다’부터 북한에 대한 ‘화염과 분노’까지 널뛰기식 옵션을 펼치는 트럼프보다 더 위험한 접근이다.

이라크 전쟁에 실패한 부시 정권의 공화당은 2006년 중간선거에 대패해 소수당으로 전락하고 네오콘들이 몰락했다. 당시 노무현 정부는 남북정상회담 등 남북관계 개선을 할 수 있었고, 한때나마 북핵 해결이 눈앞에 보였다. 오는 11월 미국 중간선거는 다시 한반도의 운명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오피니언 많이 보는 기사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1.

윤석열이 연 파시즘의 문, 어떻게 할 것인가? [신진욱의 시선]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2.

“공부 많이 헌 것들이 도둑놈 되드라” [이광이 잡념잡상]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3.

‘단전·단수 쪽지’는 이상민이 봤는데, 소방청장은 어떻게 알았나?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4.

극우 포퓰리즘이 몰려온다 [홍성수 칼럼]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5.

‘영혼의 눈’이 썩으면 뇌도 썩는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