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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이종규의 마주보기] 신문 안 보는 시대, 미디어로 살아남기

등록 2018-03-08 18:14수정 2018-03-08 20:28

이종규
참여소통에디터

“요즘 누가 신문을 보냐?”

지인들에게 신문 구독을 권하면 흔히 돌아오는 답변입니다. 간혹 마지못해 부탁을 들어주는 이들도 꼭 사족을 달곤 합니다. “집에 신문 볼 사람은 없지만, 네 얼굴 봐서 1년간만 구독할게.”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신문쟁이의 자존심은 여지없이 무너집니다. 하지만 뭐라 항변하기도 어렵습니다. 씁쓸하지만 부인하기 힘든 현실이니까요. 저희 회사 독자서비스국 집계를 보니, 신문 구독 중단 사유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이 ‘신문 볼 시간(또는 사람)이 없어서’이더군요.

사실 이런 현상은 ‘시간 도둑’ 스마트폰의 대중화로 이미 예견됐던 일이기도 합니다. 스마트폰만 켜면 온갖 볼거리들이 넘치는 세상이니까요. 한국언론진흥재단이 해마다 펴내는 ‘언론수용자 의식조사’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종이신문 이용률은 2010년 52.6%에서 2017년 16.7%로 준 반면, 모바일 이용률은 같은 기간 31.3%에서 82.3%로 늘었습니다. 하루 이용 시간도 종이신문은 감소(13분→4.9분)했지만, 모바일은 큰 폭으로 증가(16.1분→71.1분)했습니다.

지난해 11월 언론진흥재단이 주최한 ‘2017 저널리즘 컨퍼런스’에서 미국 <뉴욕 타임스>의 팀 헤레라 에디터는 자사의 새로운 수익모델인 ‘서비스 저널리즘’을 소개하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우리의 전통적인 경쟁자가 <워싱턴 포스트>, <월스트리트 저널>이었다면, 새로운 경쟁자는 넷플릭스, 스냅챗, 스포티파이(음악 스트리밍 서비스) 등이다.” 그가 지적한 대로 <한겨레>를 포함한 올드 미디어의 경쟁자는 다른 올드 미디어가 아니라 ‘모바일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빼앗는 수많은 볼거리들’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론 신문 구독자가 줄었다고 해서 뉴스 소비 자체가 준 것은 아닌 듯합니다. ‘언론수용자 의식조사’에서도, 신문과 인터넷(모바일 포함)을 합치면 하루 평균 뉴스 이용 시간이 2010년 28.5분에서 2017년 31.7분으로 외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인터넷을 통한 뉴스 소비가 그만큼 많아진 겁니다. 온라인에서라도 기사가 많이 읽힌다는 건 좋은 일입니다. 그러나 기업으로서 존립해야 하는 언론사 처지에서는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습니다. 미국·영국 등 다른 나라와는 달리, 우리나라에는 아직 ‘디지털 구독’ 개념이 없기 때문입니다. 온라인 기사가 거의 대부분 무료라는 얘기입니다. 올드 미디어들의 고민은 여기에서 비롯됩니다. 신문 구독자는 갈수록 줄어드는데 디지털 뉴스 시장에선 수익을 못 내는 상황이 계속된다면, 머지않아 대부분 신문사들이 생존 위기에 내몰릴 가능성이 큽니다.

<한겨레>가 최근 연구팀을 꾸려 디지털 시대에 미디어 기업으로 살아남기 위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입니다. 연구팀은 <한겨레>에 앞서 새로운 수익모델 실험에 나섰던 <뉴스타파> 등 국내 언론사 6곳을 방문해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들의 경험과 고민을 함께 나누면서, 쉽지 않은 과제라는 걸 절감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게 있습니다. 독자를 중심에 놓지 않고는 그 어떤 방안도 성공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뉴스타파> 자문위원이기도 한 진민정 저널리즘학연구소 연구이사의 조언은 새겨들을 만합니다.

“저널리즘 위기에서 벗어나려면 독자와의 관계를 새롭게 정립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독자를 더 이상 계몽의 대상으로 보지 말고 좋은 저널리즘을 함께 만들어가는 동반자로 여겨야 한다. 독자들과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저널리즘을 지키는 데 참여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jk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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