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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칼럼

[편집국에서] 자동차산업 새판 짜기 / 박현

등록 2018-04-01 18:07수정 2018-04-01 18:56

박현
경제 에디터

세계 자동차산업이 전환기를 맞이하고 있다. 1886년 독일에서 첫 근대적 모델을 선보인 자동차는 1908년 헨리 포드의 ‘모델 T’ 개발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대량생산·소비 체제로 호황을 누려왔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현재 내연기관 차 중심의 자동차산업은 성장의 끝자락에 도달했으며, 약 7~10년 뒤면 정체에 빠질 것으로 예측한다.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자율주행차, 전기차의 등장과 차량공유 확산, 시장 포화상태 진입, 환경규제 등이 그 배경이다. 아마도 일론 머스크의 테슬라(모델 S)는 ‘모델 T’ 이후 가장 혁명적인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한국지엠(GM)의 군산공장 폐쇄 결정과 현대차의 실적 부진은 이런 자동차산업의 지각변동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국내 자동차 시장은 이미 생산과 판매가 2016년부터 2년 연속 감소세다. 현대차의 경우 지난해 영업이익이 2조1600억원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8년 이후 가장 저조하다. 이는 중국의 사드 보복 탓만은 아니다. 중국 시장은 이미 로컬업체들이 시장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약진하고 있다. 또 다른 주력 수출시장인 미국에선 보호무역주의가 득세하면서 국산차의 성장세가 꺾이고 있다.

이는 국내 자동차산업이 근본적인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할 상황임을 말해준다. 선진 자동차업체들은 몇년 전부터 군살 빼기와 함께 자율차, 전기차 등 미래차 개발에 경쟁적으로 나서고 있는 데 반해, 한국 업체들은 이런 흐름에 뒤처지고 있다. 이러다간 자칫 부실의 늪에 빠진 조선산업의 길을 걷게 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한다.

한국지엠 처리방안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 메리 배라 최고경영자 체제의 지엠은 몇년 전부터 수익성 위주 사업 재편과 미래차 투자 확대에 최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유럽, 호주, 인도 등에서 철수 결정은 이런 방침에서 나온 것이다. 이를 고려할 때 한국에서도 철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한국은 지엠의 소형차 개발 및 생산기지, 그리고 전기차 볼트 부품공급 기지로서 강점을 지니고 있어 지엠으로서도 무시할 사업장은 아니다. 예컨대,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전기차 볼트의 부품 60%는 한국산이다. 정부는 최소한 ‘생산물량 50만대 이상, 10년 이상 사업 지속’이라는 청사진을 지엠으로부터 받아내야 지원하겠다는 자세로 협상에 임해야 할 것이다. 단기적으로는 스포츠실용차(SUV) 등 북미 시장에서 각광받는 제품군 생산을 약속받고, 중장기적으로는 자율차, 전기차 개발 및 생산을 유치해야 할 것이다. 정부 지원금이 지엠의 철수 비용 줄이기 용도에 이용당해서는 안 된다.

안정적이고 투명한 기업지배구조 구축은 이제 필수인 시대가 됐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순환출자 해소 방안을 내놔 주목을 끌었는데, 경영권 승계 작업도 속도를 내야 한다. 고령의 정몽구 회장은 건강상의 문제로 1년 이상 외부 행사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승계작업을 늦추다 어려움을 겪은 다른 재벌들의 사례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것이다.

자동차산업은 산업 연관 효과가 가장 높은 산업인 만큼 정부는 자동차산업 생태계 재편을 지원해야 한다. 자동차부품업은 기계산업 위주의 수직적·폐쇄적 구조로 구성돼 있으나, 앞으로는 정보기술·전자·화학·엔터테인먼트 등 이종 산업의 수평적·개방적 참여가 이뤄져야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 정부는 내연기관 중심 부품업체들의 사업모델 전환과 기술고도화 지원에 나서야 한다. 또한 협력적 노사관계 정립도 시급한 과제다. 오랜 진통 끝에 1일 타결된 금호타이어 사례도 정부가 적극 개입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그런 점에서 현대차 노조의 노사정 협의체 제안도 주목할 만하다.

hyun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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